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관측에 따라 금융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연준은 현 기준금리가 제약적이라는 판단하에 향후 여러 차례 금리 인하를 준비하고 있지만 트럼프발 인플레이션은 걸림돌이 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이 당장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단언했지만 이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연준 내부에서 인플레이션에 따른 통화정책 완화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매파 성향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야후 파이낸스 콘퍼런스에서 다음달 FOMC에서 금리 인하를 멈출 수 있는 요인을 묻는 말에 "지금과 12월 사이에 인플레이션의 깜짝 상승을 본다면 금리 인하를 잠시 멈출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연준에서는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인 2%로 하강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고용시장에 더 주목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감세와 관세 인상, 불법 이민자 추방 등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밖에 없어 인플레이션이 다시 연준의 최대 관심지표로 부상했다.


특히 최근 트럼프 트레이드로 인한 증시와 가상화폐 등의 랠리도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카시카리 총재는 "지금부터 12월 사이에 고용시장이 정말 뜨거워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고용시장은 과거 과열 양상에서 점진적으로 안정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작 물가 지표는 아직 불안정하다.

가장 최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대 초반에서 다시 반등하는 모양새다.

13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미국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2.4%) 대비 물가 상승폭을 다시 키운 것이다.


앞서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문제 삼았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아직 승리하기는커녕 오히려 인플레이션 재발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CNN에 따르면 서머스 전 장관은 이날 뉴욕 이코노믹 클럽 행사에서 "차기 트럼프 행정부는 인플레이션을 매우 자극하는 정책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연준과 시장은 여전히 과열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환경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우선순위를 갖는 것이 무엇 때문인지 자문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지난 9월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은 9월 빅컷(0.5%포인트 인하), 11월 스몰컷(0.25%포인트 인하) 이후 12월에도 스몰컷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기준금리 스몰컷 가능성은 62.1%, 동결은 37.9%로 시장에서는 인하를 점치고 있다.


다만 미국 대선 직전과 비교하면 인하 확률이 20%포인트가량 낮아졌다.

트럼프 당선으로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반영된 것이다.


서머스 전 장관은 변동성이 큰 식음료와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경제와 금융 시장은 "불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근원 PCE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전년 대비 2.7%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이어 "연준이 2021년 인플레이션이 상승했지만 기준금리를 뒤늦게 인상한 '충격적인 엄청난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해 한 번 실수한 다음에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하지만 두 번 실수할 것 같아 두렵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2021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평가했다가 이후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상승하자 호되게 비판 받았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 인상 계획이 실행되면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0.9%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내년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된다는 관측이다.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연례 UBS 유럽 콘퍼런스에서 "내년 금리 인하 횟수는 지난 9월 예상했던 만큼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