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이상 지속된 파업을 끝내고 어제(11일)부터 정상 출근을 시작한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하루 만인 오늘(12일) 서울 주택가 시위를 벌였습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원들은 이날 아침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현수막과 피켓을 동원한 시위를 강행했습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장외 집회·시위는 지난 달 26일과 28일, 29일, 이달 7일에 이어 이번이 벌써 다섯번 째입니다.
앞서 현대트랜시스는 금속노조 현대트랜시스 서산지회와 지난 6월부터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해왔지만, 노조가 기본급 15만9천800원 인상(정기승급분 제외)과 전년도 매출액의 2%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면서 협상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총액은 약 2천400억 원으로, 지난해 현대트랜시스 전체 영업이익 1천169억 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의 주장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지난해 영업이익 전액을 성과급으로 내놓는 것은 물론, 영업이익에 맞먹는 금액을 금융권에서 빌려야 한다"며 "회사가 빚을 내서 성과급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주택가 시위가 회사 측과의 교섭에서 유리한 입장을 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주택가 시위 재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현대트랜시스는 어제 회사 정상화를 위해 비상경영체젱에 돌입하고, 경영진 등 임원들도 연봉의 20%를 자진 반납하기로 하는 등 노조에 위기 극복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습니다.
한남동의 한 주민은 "현대트랜시스 파업이 끝났다고 들었는데 왜 주택가에서 시위가 계속 진행되는지 모르겠다"며 "낯선 노조원들과 과격한 구호가 담긴 대형 피켓 사이로 지나갈 때마다 불편하다"고 말했습니다.
산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직원과 회사는 물론, 800여 협력사에 피해를 입히고 나서야 회사 측과의 교섭에 임하기로 한 만큼 앞으로 협상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같은 시기에 현대트랜시스와 직접 관련이 없는 서울 주택가 시위를 지속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이나연 기자 / nayeo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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