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는 '1조 클럽' 달성에 잇달아 성공하고 있다.

반대로 일부 중소형사들은 수익성 악화로 인해 신용등급 하락 위험까지 안게 됐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조1587억원을 기록하며 증권사들 중 첫 번째로 1조 클럽을 달성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3년 만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 영업이익은 6473억원이었지만 79%나 훌쩍 늘어난 실적을 냈다.

삼성증권미래에셋증권도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삼성증권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 9949억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도 3분기까지 914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나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1조원 실적을 달성한 증권사가 한 곳도 없었지만 대형사들의 실적이 눈에 띄게 회복됐다.

미래에셋증권은 2020년 증권사 중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다.

한국투자증권의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3년 만이다.

2022년에는 메리츠증권만 1조원을 넘겼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적립이 마무리되면서 IB(투자은행) 부문의 수익이 회복된 것이 수익 증가에 영향을 줬다.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줄어들었지만 해외 주식 투자가 급증하면서 관련 수탁수수료가 크게 늘어난 것도 수익에 긍정적이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는 정책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 및 파생금융상품 관련 운용수익이 늘었고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견조한 IB 관련 수수료 수익이 증가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반면 PF 충당금 부담을 안고 있는 중소형사의 실적 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다.

DGB금융지주 계열사인 iM증권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163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68억원의 수익을 냈지만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방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인 BNK투자증권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4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77% 하락한 실적을 냈다.


고위험 부동산 PF로 인한 위험노출액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탓이다.

iM증권과 BNK투자증권은 각각 614억원, 303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했다.


수익성 하락과 재무건전성 악화로 인해 일부 증권사는 신용등급 하락 위험도 안고 있다.

올해 상반기 SK증권의 신용등급은 A등급에서 A-등급으로 한 단계 떨어졌다.

3분기 실적 발표는 아직 나지 않았지만 상반기까지 SK증권은 75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최근 한국기업평가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도 A등급에서 A-등급으로 내렸다.

김선주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저하에 따른 IB 수익 감소와 대손비용 확대, 조달비용 증가 등이 실적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짚었다.


특히 저금리 시기 부동산 시장 호황 속에 등급이 상향 조정된 증권사는 신용등급이 다시 하락할 위험이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BNK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을 신용등급 모니터링 대상으로 지정했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20~2022년 부동산금융 호황기에 등급이 상향 조정된 증권사의 경우 당시 수준에 걸맞은 수익 창출력을 회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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