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가계부채 급증과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서울 강남 지역의 과도한 사교육 열풍을 지적하며 '강남 학군 대입정원 상한제'라는 파격적인 아이디어까지 꺼냈다.


24일 이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서울의 부유층은 자녀들을 여섯 살때부터 학원에 보내 대입을 준비하게 하고 여성들은 일하는 대신 아이들 교육을 위해 전업주부를 선택하면서 국가 경제에 해를 끼치고 모든 국민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세계의 지도자들은 한국의 교육제도를 종종 칭찬하지만 그 실태는 모른다"며 서울의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인 강남 출신 고교 졸업생들이 한국 최상위 명문대에 과도한 비중으로 입학하면서 지방 출신 학생들의 기회가 줄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강남 일대 사교육 열풍이 집값과 가계대출을 끌어올려 불평등 심화와 지방 인구 소멸 가속화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총재는 서울 집중화 해소를 위해 강남 지역 출신에 대해 대학 입학 정원에 상한선을 두는 식의 "극단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가 과거 익숙한 성공 방정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혁신을 추구해야 함에도 이 같은 개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며 "우리가 새 말로 갈아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한국인들은 '기존 말도 빨리 잘 달리고 있는데 왜 갈아타야 하나'라고 반문한다"고 전했다.


한국의 인구구조 악화와 지방 소멸, 저성장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은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4%, 내년은 2.1%로 각각 전망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 같은 경제 전망이 2%대 잠재성장률에 비해 낮은 수치라고 걱정하며 "한국은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갑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