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들어 코스피 수익률이 부진한 가운데 시가총액이 작은 중소형주가 대형주에 비해 선방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외국인투자자가 상반기까지 적극적으로 사들였던 대형 종목의 비중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4.02% 떨어지면서 코스피 하락률(-3.82%)을 밑돌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 중형주 지수는 3.29%의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대형주에 비해 선방했다.
특히 소형주 지수는 2.54% 내리는 데 그치면서 가장 낙폭이 작았다.
이날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가 반등하고, 그 뒤를 잇는 시총 2위
SK하이닉스가 7% 넘게 올랐는데도 대형주 지수는 그간의 하락분을 만회하지 못했다.
한국거래소가 시가총액에 따라 주식을 대형주와 중형주, 그리고 소형주로 나눈다.
일평균시가총액 기준으로 시총 1~100위 종목이 대형주로 분류된다.
101~300위는 중형주 지수에 편입되고, 301위 이하의 나머지 종목들은 소형주다.
특히 상반기 외국인투자자의 매수세가 컸던 대형주들이 이달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상반기 외국인이 8조원 가까이 사들이는 등 순매수 1위 종목이었던
삼성전자는 이달 10.77%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상반기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 3위에 올랐던
현대차는 9.2% 떨어졌고,
기아 역시 주가가 6.6% 내렸다.
금융주 가운데서도 외국인의 러브콜이 거셌던
KB금융(-9.08%)과
우리금융지주(-5.37%) 등이 큰 낙폭을 나타냈다.
외국인투자자의 변심이 대형종목들의 하락세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상반기까지 가장 많이 사들이던
삼성전자를 이달 3조8000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지난 8월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6% 수준이었으나 이날까지 8거래일을 연달아 순매도하면서 55.2%까지 떨어졌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1300억원어치와 1500억원어치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KB금융(500억원)과
우리금융지주(100억원) 등 금융지주사들도 큰 규모의 외국인 순매도가 나왔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들이 추석 휴장을 앞두고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종목을 줄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나 업황 둔화 주장이 등장한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주와 금융주 등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매집했던 종목들이 실적 악화 우려가 제기되면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주에 향후 실적에 대한 의구심이 드리워지면서 외국인 이탈이 줄을 이었다"며 "추석 연휴 이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과 일본은행(BOJ) 통화정책회의에 대비하기 위해서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국인투자자의 방향성이 AI(인공지능)에서 경기 둔화와 금리 인하 대응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하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글로벌 자금이 역으로 부동산, 유틸리티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국내 증시에서도 금리 인하와 경기 둔화의 영향이 내년 1분기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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