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2대 국회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보호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의 체력을 개선하는 '밸류업'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일부 법률은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심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후 국회 정무위원회에 새로 발의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총 18개에 달한다.
법제사법위원회에 발의된 상법 개정안 중에는 재계의 뜨거운 감자인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 등 자본시장 관련 법안도 15개나 됐다.
우선 정무위에는 기업 인수·합병(M&A) 때 예상되는 소액주주의 피해를 막기 위한 복수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합병 추진 과정에서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와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의 기업가치를 거의 비슷하게 평가한 탓에 시장의 반발을 샀던 '두산사태' 방지법도 2개가 발의됐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한정애 의원이 각각 공동발의한 별도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장사 합병가액을 결정할 때 주가만 기준으로 한 현행법과 달리 주가를 기준으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특히 합병가액이 불공정하게 결정돼 투자자가 손해를 입으면 존속회사의 이사와 감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금융당국도 두산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합병가액 산정기준을 손보는 제도개선 작업에 착수한 만큼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수·합병 시 인수기업이 잔여지분을 의무적으로 공개매수하도록 강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계류돼 있다.
개인투자자에게 비상장 벤처·혁신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신설법도 주목된다.
각각 정부(금융위원회)와 의원입법(이헌승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으로 발의됐는데, 정부안은 BDC 자산총액의 40% 이상을 벤처기업에 투자하도록 설정한 반면, 이 의원 안은 이보다 높은 50% 이상을 투자 한도로 둬 더 많은 자본이 벤처 육성에 투입되도록 했다.
최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자산운용업계 간담회에서 관련 법안 추진 의지를 분명히 한 만큼 도입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법사위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 등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5건이나 상정돼 있다.
충실의무 대상 확대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필두로 정부 내에서도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향후 나올 정부안 내용과 절충해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충실의무 대상 확대를 적용하는 대신,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유예하는 쪽으로 협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개정안은 현재 회사로만 한정돼 있는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대표발의자 강 의원) 또는 총주주(박주민 민주당 의원)를 더하거나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정준호 민주당 의원), 주주를 공정하게 대할 의무를 부여(김 의원),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박상혁 민주당 의원)하도록 했다.
이 중 박주민 의원 안은 전체 이사의 보수총액 한도만 승인하는 현행법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개별이사 보수까지 주주들이 승인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이사진에 대한 통제 강도를 더 높였다.
김 의원 안은 주주총회에서 소수주주만 결의한 안건은 이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해 사안에 따른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한 것이 특징이다.
대기업 상장사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강력한 규제안도 발의됐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대규모 상장사가 정관을 바꿔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거나 대기업 계열사 간 주식 양도나 합병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최대 3%까지만 인정하도록 했다.
이 밖에 정무위에는 내년 3월 말 예정된 주식 공매도 재개를 위한 관련 전산 시스템 구축과 기관·개인 간 거래조건 통일, 적발 시 최장 10년간 금융사 임원 선임을 제한하는 등 불법 공매도 처벌을 강화하는 등 공매도 제도 개선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김
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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