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 갑자기 펑, 얼굴에 불 붙었다”…전국에 이런 제품 1만대라는데 [어쩌다 세상이]

생산물배상책임보험 피해 보상 ‘기대난’
제조사 결함 확인돼도 보상에 어려움
화상 피해자 장해율 산정시 인정 수준 낮아

아파트에서 불이 난 김치냉장고.[사진 제공 = 대구소방안전본부]
모 회사의 뚜껑형 김치냉장고 제품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지난 2020년 리콜조치가 이뤄졌지만 아직 모든 제품에 대해 부품 교체 등의 조치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현재 1만대 가량이 잠재적 화재 위험성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로 있다고 합니다.

정보 접근성이 낮은 고령층이 아직까지도 해당 김치냉장고를 계속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이런 전자 제품에 화재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는 당연히 제조사를 상대로 화재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고자 할 것입니다.

일반적인 경우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상대방 탓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는 즉, 상대방의 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쪽이 증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반 소비자가 전자 제품에 어떤 결함을 이유로 화재가 발생했는지 증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제조물 책임법은 특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제조물의 결함을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제조물 책임법 제3조의2에 따른 결함 등의 추정 조항을 보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제조물을 사용할 것 ▲손해가 제조업자의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 발생할 것 ▲손해가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것 등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조물 책임법 제3조의2.[사진 제공 = 네이버]
모 회사의 김치냉장고 화재 이슈의 경우 사실상 화재 원인이 김치냉장고의 특정 부품의 결함인 것이 이미 밝혀졌기 때문에 설령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책임 소재에 있어 큰 분쟁은 없을 것입니다.


제조사(사업자)는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보통 보험을 들어놓습니다.

제조사가 만들고 판매한 물건으로 인해 생긴 타인의 신체, 재산 피해 손해배상금, 법률비용 등을 보상하는 ‘생산물배상책임보험’이 그것입니다.


피해자는 사고가 발생한 경우 이 사실을 제조사에 알리면 제조사는 보험사고 처리가 될 수 있도록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하게 되고 보험사의 조사 절차 이후 보험금이 지급되게 됩니다.


그렇다면 책임 소재도 분명하고 보험도 가입된 만큼 제조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는 모든 손해를 모두 보전 받을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피해 대상에 따라 다를 수 있고 특히 사람이 다친 경우, 게다가 화상과 관련된 부분이라면 피해자가 만족할 만큼 배상을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김치냉장고 화재 현장.[사진 제공 = 연합뉴스]
실제 모 회사 김치냉장고 화재로 인해 화상을 입은 피해자의 사례를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를 통해 소개합니다.


A씨는 2016년 ㅇㅇㅇ전자가 제조한 김치냉장고를 구입해 2년 정도 사용해 오던 중 해당 김치냉장고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화재로 A씨는 머리와 얼굴을 비롯해 목, 손 등 신체 여러 부위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화재 사건을 조사해서 화재의 원인이 김치냉장고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A씨는 ㅇㅇㅇ전자에 손해배상을 요청했고, ㅇㅇㅇ전자와 생산물배상책임보험 계약을 체결한 보험사 B사는 우선 A씨에게 치료비로 1000만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A씨는 치료 이후에도 얼굴, 손 등에 화상자국과 흉터(추상)가 남게 되자, 이같은 추상을 장해로 인정해 그에 따른 노동능력과 함께 수입 상실도 인정해 달라며 B보험사에 추가로 손해배상을 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B보험사는 추상장해(사고로 인해 외모에 추한 모습이 남은 상태)를 전혀 인정할 수 없다면서 추가 손해배상을 거절했고, 결국 A씨는 B보험사와 제조사인 ㅇㅇㅇ전자를 공동 피고로 해서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소송에서 주된 쟁점은 A씨의 신체에 남은 화상 자국과 흉터를 추상장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A씨의 요구를 거절한 보험사의 주장에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화상과 흉터로 인한 후유장해 인정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그간 국가배상법상의 추상장해 기준을 참고해 장해율을 정해왔습니다.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참고’했던 것은 추상과 관련한 국가배상법상의 장해율 수치가 다른 장해의 정도에 비해 너무 높다는 견해가 많아서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과거부터 국가배상법상의 장해율을 재량껏 낮춰 장해율을 판단해 왔고, 최근에는 대학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의 요소를 일부 감안해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국가배상법의 장애율 기준에 따르면 A씨에게 15%의 장해율을 인정할 수 있다고 최초 법원의 감정의가 의견을 제시했으나, 법원은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을 함께 고려해 최종적으로 A씨에게 5%의 후유장해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화재로 인한 피해의 경우 화상과 그 흉터로 인한 후유장해 인정이 큰 쟁점이 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장해율 인정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그러다보니 통상 피해자 입장에서는 보험사가 제시하는 배상액이 적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보험사가 제시하는 배상액이 생각보다 적다면 관련 분야 전문가에게 검토를 받아보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객관적으로 유사한 사례를 찾아 비교해 보는 것이 좋겠지만 이 방법도 녹록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사고 예방이 최선이라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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