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요국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국내 증시에 금융투자소득세 우려까지 덮치며 개미들의 '주식 이민'이 가속화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의 증시 거래대금 비중이 대폭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마저 위험 자산인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면서 전체 거래대금 자체가 쪼그라드는 형국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들어 6일까지 국내 증시 거래대금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한 비중은 64.37%로 지난해의 71.05%보다 6.68%포인트 축소됐다.
8월 한 달간의 개인 투자자 거래대금 비중 역시 지난해 69.39%에서 올해 64.36%로 5.03%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금투세 영향이 큰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 거래대금 비중은 지난해 9월 6일 기준 81.63%에서 올해 79.32%로 2.31%포인트 줄어들었다.
개인 투자자의 거래대금 규모도 외국인에 비해 큰 폭으로 뒷걸음질 쳤다.
개인 투자자의 8월 거래대금은 245조9591억원으로 지난해(350조3798억원)에 비해 29.8% 감소했으나, 외국인은 같은 기간 98조9758억원에서 84조6899억원으로 14.43% 줄어드는 데 그쳤다.
지난해 2차전지와 초전도체 등 테마주 열풍이 거세게 불었음을 고려해도 개인의 거래대금 감소율이 외국인의 2배가 넘는다.
8월 전체 거래대금은 2023년 504조9065억원에서 올해 382조1329억원으로 줄어들면서 100조원을 훌쩍 넘는 거래대금이 증발했다.
국내 증시에서 짐을 싼 투자자들은 미국 등 해외 증시로 이주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838억8355만달러(약 111조원)로 지난해 같은 시점의 654억5185만달러(약 87조원)보다 28.2% 증가했다.
일본 주식에 투자한 보관 금액 규모도 지난해에 비해 10억달러(약 1조35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성적표는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최하위권 수준을 기록하면서 '주식 이민'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5일 기준으로 G20 국가의 24개 지수 중 코스피는 올해 등락률이 -3%로 19위, 코스닥은 -16.3%로 간신히 꼴찌를 면한 23위다.
아르헨티나(머벌)가 수익률 89.9%로 1위를 차지했고, 미국의 나스닥(14.1%)이 3위에 올랐다.
인도(센섹스)는 13.79%로 4위였다.
일본은 토픽스(10.75%)와 닛케이(9.54%)가 각각 7위와 9위였다.
다우 지수는 수익률 8.14%로 닛케이 지수의 뒤를 이었다.
6일 국내 증시에서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겹악재의 영향으로 4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21% 내렸고, 코스닥은 2.58%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금투세 도입을 향한 우려가 국내 증시에 하방 압력으로 부담을 더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금투세 도입은 국내 증시를 향한 부정적인 전망을 확대하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아닌 투자자의 이탈까지 강화한다는 분석이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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