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규모 기업들이 주주환원에만 매몰되지 않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마련해 공시한 사례가 공유됐다.

특히 시가총액이 1000억엔(약 1조원)을 넘으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기업들은 87%가 밸류업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 공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3일 매일경제 주최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밸류업 공시 설명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3월 말을 기준으로 프라임 시장 상장사의 54%가 밸류업 공시를 완료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시총이 1000억엔 이상이고 PBR이 1배 미만인 경우 87%의 기업들이 밸류업 방안을 공시했다.

PBR 1배 미만 기업만을 대상으로 봤을 때 시총이 250억~1000억엔에 해당하는 기업의 참여율은 65%이고, 시총 250억엔 미만인 기업들은 49%만 공시에 참여했다.


발표를 맡은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업가치가 낮다고 하는 것도 사실은 투자자보다 기업이 더 잘 안다"면서 "PBR이 1배가 안 되는 기업 가운데 시총이 크면 클수록 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가 많았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에만 매몰된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보기술(IT)업종은 주주환원보다 기술력의 원천인 임직원에 대한 보상체계가 공시되고, 제약업종은 임직원의 연차별 트레이닝 계획이 공시되는 식이다.


박 연구원은 "IT업종의 경우 기술력이 한번 떨어지면 따라잡기가 어려운 만큼 스톡옵션 등 인센티브 체계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설명회에선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1998년에 기업 초과이익 유보세가 도입된 대만의 사례도 공유됐다.


박 연구원은 "당시 대만에서는 중국 본토로 외국인 투자 자금을 빼앗길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하든 배당을 하든 돈을 쌓아두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초과이익 보유세가 도입됐고 외국인들이 대만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이 됐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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