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이 어느 대학에 가느냐가 부모의 성적표가 됐다.
온 국민이 ‘나쁜 균형(Bad Equilibrium)’으로 고통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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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오른쪽 세번째)가 2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은 공동 심포지엄’에서 김준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의 개회사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입시제도 개편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한국의 교육 문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 교수를 지내며 고민을 가져온 그는 “돈은 돈대로 쓰고,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불행하고, 학교에는 똑똑한 애들이 들어오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내놓은 교육개혁 보고서가 큰 화제를 일으켰다.
교육은 전 국민이 이해당사자로 관심을 갖는 주제다.
보고서는 부모의 소득과 거주지에 따른 사교육비 불평등으로 한국 사회의 악순환이 심해졌다고 봤다.
실제 서울 출신과 강남 3구 출신은 전체 일반고 졸업생 중 16%, 4%였지만, 서울대 진학생 중에는 각각 32%, 12%에 달했다.
이런 진학률 격차가 사교육을 받기 위해 서울 이주를 불러일으키고, 서울에 교육지원 수요와 공급이 집중돼 다시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되는 ‘나쁜 균형’을 만든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틀을 깨기 위한 답은 간단했다.
한은은 상위권대가 대부분의 입학 정원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고, 선발기준과 전형 방법 등은 자유롭게 선택하는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다.
이를 통해 사교육과 동떨어져 있는 비교적 불리한 지역에 있는 ‘숨은 인재’를 선발할 수 있으며, 대학에서 지역 내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고, 서울에 집중된 여러 사회 문제를 완화할 것이라고 봤다.
혹자는 한은이 왜 입시까지 신경쓰냐는 주장도 한다.
현재 입시 제도로 인한 사교육 수요로 인한 수도권 인구집중이 서울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며, 높은 사교육비는 저출생과 만혼을 유도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장기적 저성장을 유도하며 정부 정책을 제약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한국의 실질성장률은 지난해엔 1.4%까지 추락하며 잠재성장률인 2%를 밑돌고 있다.
최근 들어 한은이 저출산·고령화, 돌봄서비스, 농산물 수입 등 구조개혁 목소리를 내며 싱크탱크의 역할을 자처하는 이유다.
한은이 독립성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더 과감한 제언을 하길 바란다.
[한상헌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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