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두산밥캣 합병’ 다시 제동···두산로보에 신고서 재정정 요구

금감원 [사진 =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 합병에 다시 한번 제동을 걸었다.

기재 내용이 투자자에게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합병 절차에 필수적인 증권신고서를 고치라고 압박한 것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두산로보틱스가 3개월 이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증권신고서가 철회된다.


금감원이 두산측에 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것은 지난달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당초 업계에서는 두산측이 제출한 정정신고서의 효력발생일(28일) 전날인 27일께 금감원이 정정요구 공시를 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하루 먼저 고치라는 입장을 낸 것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구조개편 배경과 관련 논의 진행과정, 구체적인 시너지 효과에 대해 조금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부문을 평가할 때 기준시가를 적용한 평가 방법을 썼는데 현금흐름할인법 등 다른 모형들과 비교할 수 있는 내용도 추가로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산하에 있는 두산밥캣을 인적분할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두산이 제시한 합병비율은 밥캣 1주 당 로보틱스 0.63주다.

현재 (주)두산은 두산밥캣 지분을 14% 보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개편이 마무리되면 로보틱스·밥캣이 합병한 법인의 42%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게 된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두 회사의 합병 과정 중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와 안정적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의 기업가치가 거의 1대1로 동일하게 평가받은 것이 부당하다는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회사를 합병할 때에는 두 회사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도록 했는데, 두산로보틱스가 고평가된 점을 이용해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대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합병비율을 조정하지 않으면 증권신고서를 수리하지 않겠다며 압박해왔다.

앞서 지난 8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미비한 점이 있을 경우 신고서 정정을 무제한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지난 25일에도 이 원장은 두산 합병과 관련해 “법에 따라 시가(총액)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했으니 괜찮다는 (두산그룹의) 주장이 있지만 시가 합병이 모든 것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며 “효율적인 시장에서는 시가가 모든 것을 반영했으나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합병비율과 관련해 “효율적 시장에선 시가가 가치를 반영하겠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며 “시가 합병보단 공정가치를 평가하도록 하고 (주주) 불만이 있는 경우 사법적 구제를 요청하든지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금감원 조치에 대해 두산그룹 측은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이번주 내로 정정 신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정정된 합병신고서의 효력 발생일은 제출일 이후 기준 ‘7거래일’ 후다.

늦어도 이달 30일까지 제출해야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 관련 임시 주주총회 개최 일정을 지킬 수 있게 된다.


임시 주총이 9월 25일로 예정돼 있는 가운데 개최에 필요한 소집 통보가 2주 전(9월 11일 전)까지는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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