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F·CMA·투자자예탁금
증시 고점 우려에 동반증가
금리인하 기대감 과도 반영
우려하는 법인투자자 늘어
실적이 대기자금 향방에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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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전경. 사진=연합뉴스 |
갈 곳을 잃은 증시 대기자금이 3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고점론 속 안정적인 시장 금리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초단기 상품에 자금이 몰리는 모양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은 211조원4721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183조3026억원) 보다 15.4% 늘어난 수치다.
MMF 잔액은 지난 3월 212조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등락을 거듭해왔다.
최근 들어 재차 잔액이 늘면서, 연중 최고점을 경신할지 관심이 쏠린다.
MMF는 채권,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한다.
시장에서 MMF는 소위 ‘초안전자산’으로 평가된다.
시장 금리(수익률)에 준하는 이자 수익을 얻으면서, 투자자가 원할 때 돈을 빼낼 수 있어 환금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MMF에 유입된 법인 자금은 194조1437억원으로 전체의 91.8%에 육박한다.
개인투자자 대비 상대적으로 큰손들이 현재 투자할 곳을 명확히 찾지 못해, 목돈을 안전한 MMF에 묵혀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늘고 있다.
이달 17일 기준 CMA 잔액은 82조8075억원으로, 전년 동기(67조606억원) 대비 23.5% 늘었다.
CMA는 예금 성격의 상품으로 증권사는 고객 돈을 국채, CP, CD 등에 투자해 소정의 수익률을 고객에게 돌려준다.
사실상 증권사의 입출금 통장으로 MMF와 동일하게 환금성이 좋다.
파킹 통장처럼 하루만 자금을 예치해도,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맡겨 둔 예탁금도 56조3409억원으로 전년 동기(50조8920억원) 보다 6조원 이상 증가했다.
투자자 예탁금이 늘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계좌에 돈을 넣었지만 실제 투자에 나서진 않았다는 뜻이다.
수익 실현 후 재투자에 나서지 않은 돈도 포함된다.
MMF, CMA, 투자자 예탁금을 모두 더하면 총 350조원이 증시 대기자금으로 초안전자산에 묵혀 있다는 얘기가 된다.
올해 인공지능(AI) 특수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100지수는 각각 연중 16.9%, 19.11% 상승한 바 있다.
연초 지지부진하던 국내 증시도 정부의 밸류업 정책 기조로 인해 6월부터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
긍정적인 시장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공격적인 투자를 망설이는 법인·기관투자자 돈이 늘고 있는 셈이다.
일부 법인·기관투자자들은 시장이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막상 금리 인하가 현실화하면 기대감 소멸로 증시가 조정을 겪을 수도 있다.
최근 들어 주요국 증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조정을 겪기도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정이 거칠게 나타나는 이유는 그동안 미국 기술주에 쏠린 상승이 가팔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기자금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오히려 향후 증시의 수급을 지탱해줄 ‘예비군’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기자금이 지속해서 초안전자산에 머무를지, 향후 증시에 유입될지 여부를 결정짓는 건 결국 기업들의 실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순부터 주요 상장사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된다.
높아진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정당화하려면, 분기 이익 성장과 함께 연간 실적 컨센서스 상향이 병행돼야 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변동성 완화를 위해선 확실한 실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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