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포럼, “‘이사의 충실의무’ 두고 재계가 법리 왜곡”

한경협 등 8개 경제단체 의견서 반박 논평 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열린 2024 매경 자본시장 대토론회 ‘K증시 업그레이드 밸류업 코리아’ 행사에서 이남우 합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호영기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국내 경제단체가 국회에 제출한 ‘상법 개정 반대 공동건의서’를 두고 사실과 법리를 왜곡한다는 논평을 냈다.


25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발표한 논평을 통해 “8개 경제단체가 공동건의서를 통해 거짓말과 가스라이팅으로 합리적인 토론장을 오염시키고 있다”며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이 평균 30% 넘는 지분을 가진 상장회사들이 외국 사례를 왜곡하는 건의서를 냈다”며 “경영권 위협, 기업가 정신 위축과 같은 가스라이팅에 몰두하면서 쟁점을 흐리는 양태는 볼썽사납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한국경제인협회 등의 국내 경제단체 8곳은 지난 24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 계획에 반대하는 공동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냈다.


당시 경제단체들은 건의서에서 정부의 상법 개정 계획이 현행 법체계를 훼손하고 국제기준에서 벗어나며, 형법상 배임죄 처벌 등 사법 리스크가 막중해진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본 조달이나 경영 판단 같은 일상적 경영활동에 큰 혼란을 초래해 기업 경쟁력을 저하하고 경영권 공격 세력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사의 충실의무가 소속 회사에만 국한돼 있는 현행 체계에선 주주 간의 이해충돌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 회장은 “주주 사이의 거래인 합병에서는 합병비율에 따라 양사 주주의 유불리가 갈린다”며 “이사가 ‘전체 주주를 위하여’ 행동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넣어야 주주의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버넌스포럼은 합병 외에도 일반주주들의 지분 가치 희석, 지배주주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사익편취·지배력 강화,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방어 등을 ‘주주 간 이해충돌’ 사례로 꼽았다.


그는 “규제에 실패한 법의 구멍을 막기 위한 기초로 주주 충실의무가 도입되어야 하고 이는 한국증시 저평가 해소와 자본시장 정상화의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또한 거버넌스포럼은 경제단체의 주장과는 다르게 대다수의 선진국은 주주 간 이해충돌 문제를 회사법에서 해결하는 법리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선진 제도의 표본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업 거버넌스 원칙’에서도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강조한다”며 “미국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의 본고장이며 우리와 법제가 비슷한 일본과 독일도 관련 규율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배주주의 경영권이 행동주의펀드 등에 의해 공격받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편견”이라며 “국민연금 등 기관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바탕으로 주주가치 개선을 끌어내지 못하는 현실에선 행동주의가 오히려 투자자를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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