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신중호 CPO (회사 제공)
▲CEO 오늘

라인 애플리케이션 운영사인 라인야후가 네이버와의 '결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라인야후는 종업원용 시스템과 인증 기반 분리를 연내 마무리 짓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네이버의 일본 내 위탁 서비스도 종료·축소합니다.

'라인의 아버지'이자 이사회 내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까지 이사회에서 제외시켰습니다.

사실상 네이버와 관계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입니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18일 도쿄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보안 대책 강화와 관련해 "당사(라인야후)는 네이버 클라우드와 종업원용 시스템과 인증 기반 분리를 2024년도 중으로 완료하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당사 자회사는 2026년도 중으로 (네이버와) 시스템 분리 완료를 예정했으나 한층 앞당길 수 있도록 계획을 책정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네이버와 위탁 관계도 정리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이데자와 CEO는 "서비스 사업 영역에서도 거의 모든 (일본) 국내용 서비스 사업 영역에서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종료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 웹사이트 검색개발 인증에서 위탁 협력을 종료하는 것이라고 라인야후는 설명했습니다.

라인야후는 이날 주총에서 신중호 CPO를 이사회에서 제외했습니다.

라인야후 사측은 주총에 신중호 CPO를 제외하는 등 이사회를 7명에서 6명으로 재편하는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켰습니다.

신중호 CPO는 라인야후 이사회에서 유일한 한국인 멤버이자 사실상 네이버를 대표해 왔습니다.

신중호 CPO는 5월 라인플러스 설명회에서 자신이 라인야후 이사회에서 제외된 배경과 관련해 일본 총무성 행정지도를 언급하고 보안 문제에 자신도 책임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라인야후가 네이버와 선긋기에 속도를 내면서 자본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습니다.

이데자와 CEO는 "당사가 모회사의 자본 관계 변경에 관해 결정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행정지도에 근거해 모회사 등에 대해 검토 요청을 당사가 하고 있다"며 "이러한 대응에 대해 현 시점에서 결정된 것은 없지만,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해 무언가 움직임이 있을 경우 신속하게 공표하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시장의 관심은 행정 조치 보고 시한인 7월 1일에 쏠려 있습니다.

라인야후가 '네이버 지우기'를 밀어부치면서 네이버가 결국 A홀딩스(라인야후 지주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경영 활동의 평가

△라인, 일본 국민메신저로 대성공

라인은 국내 대표 IT기업 네이버가 개발한 메신저입니다.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라인야후 CPO가 개발을 진두지휘했습니다.

신중호 CPO는 카이스트를 졸업한 후 네이버가 투자한 검색엔진 '첫눈'의 핵심 개발자였고, 일본에 파견돼 기존 게임 위주의 일본 사업을 검색·블로그 등으로 확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그리고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며 모바일 시대가 열리자 라인 개발을 맡았습니다.

라인은 10년간 도전과 실패를 반복했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글로벌 진출 의지를 담아 처음부터 해외시장, 특히 일본을 먼저 공략해나갔습니다.

라인이 출시되기 3개월 전인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재해로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터졌습니다.

당시 일본에선 PC통신, 문자 메시지, 전화 등 기존 커뮤니케이션이 두절되면서 친구나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최악의 혼란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에 신중호 CPO는 라인의 서비스 방향을 '지인 간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전환하는 신의 한 수를 둡니다.

전화번호를 인증키로 사용해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당시 일본 국민들에게 획기적으로 다가갔습니다.

통화요금이 무척 비싼 일본에서 라인의 무료 메시지, 무료 음성통화 기능은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명함이나 이메일을 주고받는 대신 라인 아이디를 교환하는 일도 일상이 됐습니다.

특히 아기자기한 그림문자로 감정을 표현하기 좋아하는 일본인들을 공략해 문자 대신 그림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스티커'가 한 몫 했습니다.

브라운, 코니 등 라인의 대표 캐릭터들이 인기를 얻었고 유료 스티커는 매출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이같은 인기에 힘 입어 라인은 출시 1년 1개월 만에 가입자 5000만 명을 돌파한 이후 6개월 후인 2013년 1월 1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당시 한국 최대 메신저인 카카오톡보다도 빠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의 주도 아래 2013년 라인의 글로벌 사업 강화를 위한 '라인플러스'를 설립하고 NHN재팬을 라인주식회사로 분할한 뒤 라인을 일본 자회사에서 운영하도록 했습니다.

신중호가 움직이는 라인이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 첨병이 된 것입니다.

지난 2013년 11월, 라인 글로벌 가입자 수는 3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를 기념해 일본 라인 본사에서 열린 기념식에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던 이해진 창업자가 12년 만에 공식 석상에 등장해 "지난 5년간 일본 사업이 잘 안돼서 나서질 못했다"면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는 마음으로 지냈다"고 말하며 세계 1위 메신저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라인은 일본을 넘어 대만, 태국, 유럽 등 해외 영토 확장에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2014년에는 라인 가입자가 5억 명에 육박했습니다.

이후부터는 라인은 누적 가입자 수보다 MAU(월간활성화이용자수)를 지표로 세웠고 2019년 일본에서만 8000만 명의 MAU를, 대만-태국-인도네시아 MAU가 1억6000만 명에 달했습니다.

라인은 메신저를 넘어 간편결제, 인터넷은행, 증권, 암호화폐와 같은 핀테크 사업을 시작으로, 트래블, 뉴스, 라이브, 뮤직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함께 커머스, 마케팅 솔루션, 인공지능(AI) 검색 기능도 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사건사고

△라인야후, 이용자 정보 50만 건 유출

일본 라인야후에서 약 40만 건의 이용자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라인야후 측은 모회사 격인 네이버를 통해 사이버 공격을 받았습니다.

라인야후에 따르면 유출 사고는 관계사인 한국 네이버클라우드의 협력사 직원 PC가 악성코드에 감염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10월 외부의 누군가가 감염된 PC를 통해 라인야후의 내부 시스템에 무단으로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와 라인야후는 인사 정보를 포함한 사내 시스템과 인증 체계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라인야후 측은 이런 시스템 때문에 감염된 PC로 정보 접근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후 조사에서 추가로 개인정보 7만9000건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드러나면서 피해 규모는 총 51만여 건에 달했습니다.

이후 일본 총무성은 정보 유출 문제를 조사한 결과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대해 지나치게 큰 의존관계를 가진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부 시스템의 인증 기반이 네이버와 동일하게 되어 있어서 정보 유출로 이어졌다는 설명입니다.

총무성은 올해 3∼4월 라인야후에 사이버 보안 강화를 요구하는 두 차례 행정지도를 실시하며 7월 1일까지 구체적인 대응책을 제시하도록 요구했습니다.

특히 행정지도 내용에 자본 관계 재검토 요구가 포함돼, 일본이 네이버로부터 라인야후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신중호 CPO, 이사진에서 퇴임

라인야후는 지난 5월 8일 이사회를 열고 신중호 대표이사 겸 CPO(최고제품책임자)의 사내이사 퇴임 건을 의결했습니다.

또 오케타니 타쿠 최고전략책임자(CSO)도 동반 사임했습니다.

사내에서 역할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이사진에서 물러나는 것입니다.

사외 이사로는 하스미 마이코, 쿠니 히로마사 두 명이 각각 선임됐습니다.

유일한 한국인인 신중호 이사가 퇴임하면서 라인야후 이사는 모두 일본인이 됐습니다.

라인야후 주식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설립한 합작법인인 에이홀딩스가 약 6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라인야후의 중간 지주회사에 해당하는 에이홀딩스에 각각 50%씩 출자하고 있어 두 회사가 실질적인 모회사입니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주식을 인수해 독자적인 대주주가 되면, 네이버는 라인야후의 경영권에서 배제됩니다.

△라인야후의 국적 논쟁

일본 정부가 지분 매각을 강요하고 나선 2024년 이전부터, 라인 메신저는 일본 내에서 메신저의 국적을 어디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주로 라인야후 및 네이버 측에서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일본 메신저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치권에서는 라인야후가 네이버라는 한국 회사에서 개발했으며, 보안 등의 시스템 운영 및 관리 업무를 위탁받고 있다는 이유에서 한국과 긴밀한 관계인 한국계 메신저로 보는 시각이 짙었습니다.

2024년 4월 초, 주간문춘의 시리즈 취재에 따르면 내각 각료를 포함한 일본 정부 내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대한민국 대기업 네이버가 라인에 관여하고 있는게 이전부터 불만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정부 고위급 관계자들은 네이버가 한국 정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보고 일본인의 개인정보가 한국 측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언급하였습니다.

이에 개인정보 유출을 빌미로 삼아, 강경 우익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전보장담당대신을 필두로 정부가 본격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생애

신중호 CPO는 1972년 2월 25일 출생했으며, 1994년과 1996년에 각각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전산학 학사,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졸업 이후 1996년부터 1999년까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2000년부터 2001년까지 오즈테크놀러지 이사로 활동했습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대학교 동문인 장병규의 네오위즈가 출자한 검색 엔진 프로젝트인 '첫눈'의 이사로 활동했습니다.

2005년에는 스노우랭크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첫눈을 공동으로 창업한 뒤 검색팀을 이끌었습니다.

이 당시 장병규와 신중호 외에도 이상호, 노정석, 김창하 등의 첫눈 멤버들은 각자 연쇄창업을 성공하면서, '페이팔 마피아'의 이름을 딴 '첫눈 마피아'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2006년 6월, 해외 검색 시장 진출을 노리던 NHN이 350억 원에 첫눈을 인수하면서 신중호도 NHN에 합류했습니다.

2008년 네이버의 일본 검색엔진 시장 진출 당시 사업 총괄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네이버 재팬의 제너럴 매니저를 담당한 이후, 첫눈 주요 엔지니어들과 함께 개발 착수에서 서비스 개시까지 3개월 만에 완수하며 2011년 6월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을 출시했습니다.

라인 메신저가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이때부터 신중호는 '라인의 아버지'로 불렸습니다.

2019년 4월 신중호는 라인 공동대표로 임명되고
2019년 11월 18일 라인은 야후 재팬과 경영 통합을 결의했습니다.

2021년 2월 합병이 완료된 이후 신중호가 CPO로 임명되었습니다.

지분은 네이버와 야후재팬이 50:50 구조이지만 경영권은 소프트뱅크 그룹 측이, 개발권은 신중호 중심의 라인 측이 가져가는 구조였습니다.

2023년 2월 기존의 경영통합 수준에서 벗어나 Z홀딩스, 야후, 라인을 합병하기로 결의하였고 합병 회사의 이름은 LY 주식회사로 합병 절차가 완료되었습니다.

신중호 CPO는 2021년 연봉 43억3000만엔(한화 약 411억 원)을 받아 일본 상장사 경영진 가운데 가장 높은 보수액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2위는 19억엔(약 182억 원)을 받은 일본 최대 택시회사 다이이치교통산업의 구로쓰지 하지메 회장, 3위는 18억8000만엔(약 180억 원)을 받은 요시다 켄이치로 소니그룹 회장입니다.

당시 신중호 CPO의 연봉은 2위인 구로쓰지 하지메 회장의 두 배 이상으로 많았으며, 연봉 랭킹 상위 30명 중 한국인은 신중호가 유일했습니다.


▲학력/경력

학력 : 카이스트 전산학 학사, 석사 졸업

경력 : 1996년~1999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원
2000년 오즈테크놀러지 이사
2002년 첫눈 이사
2005년 첫눈검색팀장
2008년 네이버 재팬 제너럴 매니저
2012년 라인 이사
2019년 라인 CEO
2021년 LY 주식회사 사내이사

[황주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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