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엔저'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34년 만에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돌파하는 등 흐름이 심상치 않다.

지난주 일본은행이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미국의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줄면서 근본적인 엔화 약세 원인이 치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외환 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값이 160엔대로 떨어지면서 유로당 엔화, 파운드당 엔화 가격도 요동을 쳤다.

유로당 엔화 값은 171엔으로 급락하며 1999년 단일 유로 통화가 도입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파운드당 엔화 값도 200엔 고지로 내려앉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엔화 약세를 용인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발언을 엔화 급락 요인으로 꼽았다.

엔저로 인한 물가 상승의 영향을 크게 보지 않은 것이다.


공휴일로 인해 도쿄 외환시장이 휴장한 점도 요인으로 거론했다.

아시아 외환 시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거래량이 적어서 엔 변동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달러당 엔화값이 160엔대로 급락했지만, 오후 1시께 155엔대 초반까지 올랐다.


일본 정부는 시장 개입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엔화 값이 160엔대를 찍자 시장 투기 세력이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달러 매도 물량을 대거 내놓았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이러한 거래가 맞는다면 엔화 값이 160엔을 넘어 165엔까지 기록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시장 개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한편 엔화 값이 하락하면서 관련 종목에 투자하던 국내 투자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대표 종목은 '아이셰어스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헤지' 상장지수펀드(ETF)다.

해당 ETF는 연간 하락률이 13.08%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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