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돈의 미국 경제 ◆

확고했던 미국 경제의 연착륙(무착륙) 전망이 확 꺾이는 분위기다.

'고물가·고금리'라는 쌍고 돌발 변수가 튀어나오면서다.

2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물가는 오르는 양상이 나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여기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라파 공격 임박설과 중동발 유가 인상 압력까지 더해지면서 혼란을 부추겼다.

마이크 레이놀즈 글렌메드 투자전략 부사장은 "최근까지도 골디락스(물가 안정 속 경제성장) 주장 일색이었는데, 투자자들이 '국내총생산(GDP) 수치'에 걸려 넘어져 무릎이 까졌다"고 비유했다.


이 같은 우려를 촉발한 것은 이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1분기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이다.

1분기 미국 실질 GDP는 전 분기(3.4%) 대비 연율 기준으로 1.6% 성장해 거의 반 토막이 났다.

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물가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 분기(2.0%) 대비 3.7% 상승해 두 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란·이스라엘 전쟁이 확전할 가능성이 열려 있어 이에 따른 유가 충격으로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인더밋 길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규모 에너지 쇼크로 지난 2년간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상당히 훼손될 수 있다"면서 "특히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인플레이션으로 올해와 내년에도 금리가 예상보다 더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은 '쌍고(고금리·고물가) 전망'에 반응했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0.06%포인트 오른 4.703%에 마감하며 지난해 11월 초 이후 약 6개월 만에 4.7%를 돌파했다.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한때 5%를 넘어섰다가 4.997%로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올루 소놀라 미국경제연구소장은 "성장이 서서히 계속 후퇴하고 인플레이션은 반대로 다시 강하게 상승한다면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는 점점 더 실현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리정책 정상화에 나선 일본 중앙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26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은 156엔대를 기록해 34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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