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사람들]농가 소득이 올라야 마을이 붕괴되지 않습니다. 문병완 조합장

- 지역(농촌) 소멸 대응은 토지의 생산성 증가와 일자리 창출이 필수
- 사비까지 들여가며 영농형 태양광 실증 단지 설치 및 운영
- 농업인이 잘 사는 농촌 만들기가 평생의 숙명적인 과제

문병완, 보성농업협동조합 조합장

영원한 보성인임을 강조하는 문병완(65) 보성농업협동조합장은 보성군 군의원을 거쳐 2001년부터 현재까지 보성군 농협 조합장(5선)으로 보성군과 보성 농업현장의 산증인이다. 인터뷰 중 그의 주장은 현지 농민들의 소리를 담아내듯 일괄되고 단호했다.

"완전히 개방된 농산물 시장에서 우리 농업인들에게 생산 경쟁력만 갖추자는 것은 억지 논리입니다. 그렇다고 농업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국민의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소득의 문제입니다. 농업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하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 지역(농촌)소멸이 갈수록 심각합니다. 보성군의 상황은 어떤가요?

농업과 거리가 먼 도시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농촌의 상황은 대단히 심각합니다.
지역 소멸을 걱정하기 앞서 현지 농민들 스스로가 계속 농촌에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 농사일 외에 다른 일이 불가한 노인들을 제외한 생산 가능 인력(특히 MZ세대 및 청장년)들이 농촌에 계속 머물러야 하는 일자리와 소득이 보장되지 못하니 기회만 주어진다면 도시에 나가려는 사람들을 붇잡아둘 명분도 대안도 없는 것이 모든 농촌의 공통된 고민입니다.

결국 여러 가지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근본적인 것은 농촌 토지의 생산성 증가와 일자리 창출, 그리고 실질적인 농가 소득 증가입니다.
농가 소득 5천만 원 달성하자는 슬로건은 자주 들어봤을 것입니다. 현재 4천만 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나 자세히 살펴보면 각종 보조금을 제외한 순수 농업 소득은 1천만 원을 겨우 넘고, 나머지 3천만 원은 각종 직불금 들을 포함한 이전소득과 농외소득이 대부분입니다.

▶ 지역 소멸 대응을 위한 도시민 등 외지인의 유입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이탈 방지가 더 중요하겠네요?

그렇습니다.
정글의 법칙입니다. 먹거리가 없어지면 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숲을 떠나는 것과 똑같은 현상입니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는 귀농·귀촌 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이제는 농촌의 정주여건 개선과 일자리 창출,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출향하여 외지에서 생활하던 자녀들이 정년퇴직하여 부모와 가족들이 있는 고향으로 귀농하려고 해도 부모님이 물려준 농지에서의 실질소득이 부족하고 농지 상속 등의 절차가 복잡하여 귀농을 포기하고 결국은 농촌에 빈집만이 남아버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심각합니다.
최근에는 농지를 점령해오는 태양광 사업을 통한 농지 감소와 지역 이탈 세대까지 증가하여 더더욱 농촌이 붕괴되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 농지를 지키고 농가 소득 증가를 위한 대안사업으로 영농형 태양광을 중시하여 조합장님이 "영농형 태양광 전도사로 통한다." 라고 들었습니다만, 영농형 태양광 사업은 어떤 것인가요?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에서 농사를 영위하면서 기둥 위 상부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발전사업을 함께 수행하는 형태로서, 농지 훼손이나 자연 파괴 없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할 수 있으며 농민들의 소득도 증대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사진제공=보성농협> 좌측, 영농형 태양광. 우측, 일반적인 태양광(농촌형 태양광)


▶ 영농형 태양광 사업의 전도를 위하여 사비까지 투자하여 실증 단지를 설치, 운영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농촌이 그린 뉴딜 사업에 열쇠를 쥐고 있는 반면, 마을 주민들이 참여를 하지 않아 지도자들이 현장에서 주민을 설득해 줘야 하는데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고, 직접 보여주고 설득해 보자는 취지에서 시범적으로 추진하게 됐습니다.

보성군 보성읍 후암리 일대 2867㎡(869평) 부지에 용량 99.7kW, 설치면적 2145㎡(650평)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 설비를 직접 설치해 2019년 8월 2일 상업운전을 개시했습니다.

농업보호구역 농지(답)를 잡종지로 전용해 하부에는 벼농사, 상부에는 태양광발전을 실시하는 형식으로 차광률은 30%입니다. 잡종지로 전용하면 영농 겸용인 영농형 태양광 설비 대신 태양광 전용 설비를 설치할 수 있지만 영농형 태양광을 실증하기 위해 다소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영농형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인접 부지에는 용량이 같은 일반형 태양광 설비(태양광 전용)를 설치해 비교 검증하고 있습니다.

경제성 측면에서, 영농형 태양광 설비 총 설치비용으로 1억9600만 원(정책자금 77%, 자부담 23%)을 투입했으며 연간 1,417만8,000원의 수익(추정치)을 올리고 발전수익은 1,276만8,000원, 벼농사 수익은 141만 원이었습니다.
기존 일반형 태양광에서 제기된 환경파괴, 지역민원, 농지 훼손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영농형 태양광을 시작했으며 자연·환경·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을 직접 실증함으로써 농촌의 새로운 소득원을 입증했습니다.

"가공사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로 건실한 농협을 만들어'농업인이 잘 사는 농촌'을 꼭 만들고 싶다."

▶ 보성의 대표 특산물인 "웅치올벼쌀"의 명품화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올벼쌀 하면 '웅치올벼쌀'로 불릴 정도로 전국 생산량의 70%가량을 생산하는 보성을 대표하는 특산품인 '보성 웅치올벼쌀'은 벼 껍질과 왕겨 미강에 들어있는 비타민 B1, 아미노산, 미네랄 성분이 일반 쌀보다 1.4~4.8배 많고 당뇨 및 다이어트 관리에 좋은 혈당지수(GI 지수)는 백미보다 2~3배 적은 최고의 건강 쌀입니다.

타 지역과의 차별화를 위해 2010년 '지리적 표시제(제71호)'로 등록했고 웅치면 110여 농가가 150ha를 심어 500여 t의 올벼쌀을 생산해 가공식품회사 등에 인기리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사진제공=보성농협> 보성농협에서 개발중인 웅치올벼쌀 한과

특히 웅치올벼쌀 육성이 농림식품부 주관 2019년 향토산업 육성사업에 새로 선정돼 4년간 30억 원의 국비를 확보하여 웅치올벼쌀을 생산·가공·유통·체험·수출로 이어지는 보성농협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영농형 태양광 사업으로 농지를 지켜가며 농가의 소득을 창출하고 웅치올벼쌀의 명품 브랜드화와 마케팅 다각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보성군의지역 경제 활성화로 보성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보겠다는 문병완 조합장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 본다.

임인영 기자 [mktvhonam@naver.com]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문병완 조합장(1958년, 보성군 출생)

- 보성농협 조합장(2001년 부터 현재, 5선)
- 전국 농협신재생에너지협의회 회장
- 산업포장(국가산업발전,2016년)
- 대통령 표창(고품질쌀 생산유통,2009년)
- 전, 보성군의회 의원(2대)
- 전, 농협개혁위원회 부위원장
- 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
- 전, 농협 전국RPC협의회 회장

[ⓒ 매일경제TV & mktv.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