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신화' 건립한 故이건희 회장 1주기...이재용 부회장에게 남은 과제는 [MK위클리반도체]

고 이건희 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MK위클리반도체] 오는 25일은 삼성을 국내 대표 그룹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지 1주기가 되는 날이다.

1987년 그룹 수장으로 취임한 이 회장은 당시 약 10조원이었던 삼성그룹의 매출액을 2018년 기준 387조원으로 약 39배 증가시켰으며 이 기간 이익은 2000억원에서 72조원으로 259배 늘어났다.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를 만든 주역은 반도체 사업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거둔 237조원의 매출액과 36조원의 영업이익 중 반도체 사업은 73조원의 매출액과 19조원의 영업이익을 책임졌다.

이러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기틀을 다지고 글로벌 선두 자리로 올려놓은 것도 이 회장이다.


이 회장은 일찌감치 반도체 사업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당시 주변의 만류와 비판적 시각에도 이 회장은 반도체 산업 진출을 강행했고 그 결정은 삼성그룹의 운명을 바꿨다.

그는 반도체 산업이 한국인의 문화적 특성에 부합하며 한국과 세계경제의 미래에 필수적인 산업이라 판단하고 1974년 불모지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반도체사업에 착수했다.


그가 파산 직전의 한국반도체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모두가 반대했다.

일본의 한 기업 연구소는 '삼성이 반도체를 할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 같은 만류에도 사재를 보태 한국반도체의 지분 50%를 50만달러에 인수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이러한 고비의 순간마다 이 회장은 과감한 판단과 장기적 안목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았다.

1987년 4메가 D램 개발 경쟁이 붙었을 당시 삼성전자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메모리 반도체 개발 방식을 스택(stack)으로 할지, 트렌치(trench) 방식으로 할지 결정해야 했던 것이다.

스택은 회로를 고층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이고, 트렌치는 밑으로 파 내려가는 방식이다.

개발진 사이에서도 어떤 방식을 선택해야 할지 의견이 양 갈래로 나뉘었다.


당시 회의에서 전문경영인들이 처음 시도하는 기술인 스택 공법을 도입하는 데 주저하자, 이 회장은 "단순하게 생각합시다.

지하로 파는 것보다 위로 쌓는 게 쉽지 않겠습니까?"라며 과감하게 스택 방식을 채택했다.

이 회장의 결정은 대성공으로 이어졌고, 당시 트렌치 방식을 택했던 경쟁 업체는 스택 방식을 취한 삼성전자에 밀려나고 말았다.


이어 삼성은 1992년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고 이후 20년간 D램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속적으로 달성했다.

2018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44.3%를 기록했다.

이런 점유율의 배경에는 2001년 세계 최초 4기가 D램 개발, 세계 최초 64기가바이트(Gb) 낸드 플래시 개발(2007년), 2010년 세계 최초 30나노급 4기가 D램 개발과 양산, 2012년 세계 최초 20나노급 4기가 D램 양산 등의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과감한 투자가 있었다.


이러한 성공신화에도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에 달하는 비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아직 메모리 분야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부문 매출은 전체의 7%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 업체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지난 8월 광복절에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후 두 달여 동안 잠행을 이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타계 1주기를 맞아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건희 회장도 이병철 선대회장 별세 후 6년 만인 1993년 신경영선언을 발표하면서 삼성그룹의 미래 비전을 보여줬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입원하면서 사실상 삼성을 이끌게 된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수감 기간 등을 제외하면 이제 본격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보폭을 넒혀 나가야 하는 시기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은 미국의 제2 파운드리 공장 용지 선정이다.

이 부회장은 이르면 다음달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위한 미국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다.

방문지로는 삼성전자의 신규 반도체위탁생산 공장 건설 후보지가 위치한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유력하다.

출국이 성사되면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이 부회장의 첫 해외 출장이 된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신규 공장 후보로는 5곳이 거론됐지만 현재로서는 테일러시가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기존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과 인접한 데다 테일러시 의회가 삼성전자에 세제 혜택과 용수 지원을 포함한 지원 결의안을 지난 14일(현지시간) 최종 의결했기 때문이다.

용지가 확정되면 삼성의 해외 단일투자 규모로는 역대 최대인 170억달러(약 20조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삼성에는 파운드리 공장 용지 선정 외에도 신속한 결정을 요구하는 경영 현안이 산적해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파운드리 신규 공장 건설 외에도 주요 빅테크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해 파운드리 시장 경쟁자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5% 수준으로 1위인 대만 TSMC의 50%와 격차가 크다.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이 성사되면 이 기간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투자와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반도체 분야에서의 대형 인수·합병(M&A)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 출소 직후 삼성은 240조원에 달하는 투자계획과 함께 3년간 4만명의 고용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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