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이 붉게 물드는 계절이다.

선선한 가을바람을 벗 삼아 마시기 좋은 와인으로 마르셀 라피에르 모르공(Marcel Lapierre Morgon)을 추천한다.

프랑스 5대 자연주의 와인 생산자인 마르셀 라피에르는 ‘보졸레의 전설’로 통한다.

일부 와인 애호가들은 ‘보졸레 와인’ 하면, 햇와인의 대명사 보졸레 누보 와인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의 와인을 마셔보면 보졸레 와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질 것이다.


마르셀 라피에르는 와인의 상업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자연을 그대로 와인에 옮겨 담는 데 집중하는 인물이다.

그가 만든 와인은 ‘보졸레 지역의 로마네 콩티’라는 명성을 얻으며 ‘전설의 100대 와인’ 리스트에 올랐다.

‘보졸레 지방의 가메(Gamay) 포도 품종으로는 최고의 와인을 양조할 수 없다’는 고정 관념을 바꾼 주인공이기도 하다.


마르셀 라피에르 와인이 프랑스 파리의 특급호텔,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만날 수 있는 귀한 와인이 되기까지는 역경의 연속이었다.


와이너리의 역사는 19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조부이자 보졸레 지역 농부였던 미셸 라피에르는 아내 아네트와 함께 빌리에 모르공(Villié-Morgon)으로 이사한 후에 한 와이너리에서 셀러 마스터로 일했다.

효자였던 아들 카미유 라피에르는 14세부터 부모님과 함께 소작농으로 포도밭에서 일했다.

1930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포도밭 일과 양조 일을 모두 맡았다.

1958~1959년에 카미유 라피에르는 처음으로 와인을 직접 병입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라벨을 붙였지만 명성을 얻지는 못했다.


가업을 물려받은 마르셀 라피에르는 빌리에 모르공 지역의 포도밭 7헥타르를 인수해 도멘을 설립했다.

1981년에는 ‘자연주의 와인 양조의 아버지’라 불리는 쥘 쇼베(Jules Chauvet, 1907~1989년)의 내추럴 와인에 감동해 포도 재배 시 제초제, 화학 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와인 양조 시에는 이산화탄소와 기타 첨가물을 넣지 않고 100% 가메 포도 품종으로 내추럴 와인을 만들었다.

토양과 식물, 미생물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30년간 내추럴 와인 양조에 매진한 그의 노력이 없었다면, 가메 품종으로 양조한 와인은 수없이 많은 위대한 와인의 그늘에 묻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2010년 10월 마르셀 라피에르가 사망한 후에는 포도 재배와 양조학을 공부한 아들 마시유 라피에르, 딸 카밀레 라피에르가 아버지의 양조 철학을 존중하면서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


보졸레 모르공 지역 테루아(포도밭 환경)는 해양성 기후지만, 알프스에서 불어오는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5억년 전에 바다가 융기하며 석회암, 마그네틱 암석, 변성 화강암, 편암의 토양이 형성, 가메 포도 품종을 재배하기에 최적의 테루아로 평가된다.


도멘 마르셀 라피에르 모르공 2017(Domaine Marcel Lapierre Morgon 2017)을 시음했다.

강렬하면서도 밝고 맑은 자줏빛을 띤다.

아로마는 체리, 라즈베리, 감초, 바이올렛 향이 풍성하다.

탄탄한 구조감, 두드러지는 실크 같은 부케(숙성 과정에서 생기는 향미)가 매력적이다.

마셔보면 신선하면서 단맛이 비치는 타닌과 보디감, 날카로운 산도가 어우러지는 균형감이 일품이다.

붉은 과일과 감초의 터치, 강렬한 미네랄의 조화가 가메 품종의 진정한 매력을 보여준다.


불고기, 양념 갈빗살 구이, 쇠고기 등심 스테이크, 양갈비구이, 파스타 등과 잘 어울린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고황명예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0호 (2021.10.20~2021.10.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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