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렸던 헝다가 23일까지 꼭 갚아야 했던 달러 채권 이자 8천350만 달러(약 985억 원)를 지급하면서 가까스로 급한 불을 껐습니다.

하지만 채무 원리금 상환일이 계속 돌아올 예정이어서 헝다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지는 결국 대형 자산 매각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국 관영 증권시보가 오늘(22일) 헝다의 달러 채권 이자 상환 소식을 전하면서 시장에서는 헝다 관련 불안이 다소나마 누그러졌습니다.

헝다물업 지분 매각 불발 소식에 전날 12% 이상 급락했던 헝다 주가는 이날 홍콩 증시에서 장중 7%까지 올랐습니다.

헝다의 공식 디폴트가 부동산 업계 연쇄 디폴트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던 가운데 신청파잔이 13% 이상 오르는 등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주가도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헝다물업 지분을 매각해 3조 원대 현금을 확보, 급박한 유동성 위기를 일단 넘기려던 계획이 틀어지면서 헝다가 23일까지 1천억 원에 가까운 달러화 채권 이자를 제대로 갚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바 있어 시장에서는 이날 헝다의 이자 상환 소식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헝다의 전체 부채가 위안화로 약 2조 위안(약 369조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번 채권 이자를 막았다고 해서 이 회사의 유동성 위기가 획기적으로개선될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냉정한 평가도 나옵니다.

따라서 헝다가 향후 계속 밀려들 부채를 상환할 능력을 갖추려면 결국 추진 중인 자산 매각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당장 지난달 29일과 이달 11일 내지 못한 달러화 채권 이자 지급일이 유예기간을 마치고 내주부터 연이어 찾아옵니다.

또 헝다는 올해 추가로 4건의 달러화 채권 이자를 막아야 하고, 내년까지 상환해야 할 달러화·위안화 채권 규모는 74억 달러(약 8조7천억 원)에 달합니다.

저스틴 탕은 "투자자들은 헝다의 부채 조정, 특히 가치 있는 자산 매각의 진전에 더욱 큰 관심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헝다는 헝다물업과 헝다자동차 등 자회사와 보유 부동산 등 핵심 자산을 팔아 디폴트 위기를 넘기려 했지만 아직까진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거래로 주목받은 헝다물업 지분 매각이 대금 지급 방식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무산됐고, 홍콩 건물 매각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중국 당국은 작년 말부터 정책적으로 과도한 차입에 의존한 부동산 개발 기업들의 사업 관행에 메스를 대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당국의 입장에서 당면한 헝다의 경영난은 주택가격 안정과 국가의 장기적 위험 요인 제거를 위한 '개혁'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일부 고통입니다.

헝다 위기가 전체 부동산 업계의 위기, 나아가 금융권으로 전이되지만 않는다면 당국이 헝다의 파산까지 방치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헝다 사태가 중국 경제의 거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부동산 산업을 심각히 위축시키면서 가뜩이나 급랭 중인 경기 둔화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어 중국 당국이 '어지러운 디폴트'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최소한의 관리와 개입에는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최근 새롭게 대두 중입니다.

[ 임정화 인턴기자 / limjh@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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