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초과이익 환수, 분양가상한제보단 채권입찰제가 답 [핫이슈]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민간 업자가 투자금 대비 너무 많은 초과 이익을 가져간 반면 공공이 너무 작은 이익을 가져갔다고 해서 사회적 논란이 심각하다.

일각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 주장한다.

분양가를 낮추었다면 업자가 가져갈 이익이 줄어들었을 거라는 게 근거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는 초과이익의 공공 환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상한제를 실시하면 초과이익은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에게 돌아갈 뿐이다.

상한제 이후 등장한 소위 로또 아파트가 그런 예다.

예를 들어 작년 하반기 과천 지식정보타운에 분양한 아파트는 전용 84㎡ 기준으로 분양가가 8억 원 선인데, 시세가 18억 원이었다.

당첨만 되면 10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는 거였다.


과거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채권 입찰자를 시행한 경험이 있다.

현재 판교 신도시에 들어서 있는 전용 85㎡ 초과 아파트가 그런 경우다.

당시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분양가를 계산했더니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가 너무 낮았다.

수분양자가 로또에 당첨되는 결과를 빚게 됐다.

그래서 중대형 아파트 당첨자들에 한해 주택채권을 사게 했다.

그만큼 분양가는 올라갔다.

대신 그만큼의 개발이익을 공공이 환수할 수 있었다.


만약 공공택지에서 초과이익 환수가 목적이라면 분양가 상한제가 아니라 주택채권 입찰제를 도입하는 게 낫다.

그렇게 하면 초과이익 환수는 거의 자동으로 이뤄진다.


다만 이런 제도는 공공 택지에 한해 적용해야 한다.

공공은 수용권을 이용해 토지를 강제 수용한다.

기존보다 용적률을 크게 높인다.

이런 식으로 택지를 개발하면 막대한 개발 이익이 발생한다.

그 개발이익을 어느 정도 공공이 환수하는 건 정당성이 있다.

그 개발이익을 수분양자에게 로또 당첨으로 주는 게 오히려 정의에 반한다.

공공은 채권입찰제로 환수된 개발이익을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사용함으로써 공공선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순수한 민간 택지는 상황이 다르다.

개발 업자가 땅을 사는 거 자체가 어렵다.

토지 소유자 중 누구 한 명이라도 알박기를 하면 개발이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

금융 비용은 급상승한다.

힘들게 땅을 매입해 아파트를 지어도 분양이 안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식으로 무너진 건설사가 한 둘이 아니다.

몇 차례 아파트 시행으로 큰돈을 벌었다고 해도 2000-3000 가구 아파트 분양이 실패하면 회사가 망한다.

부동산 불황 시기에는 그런 곳이 속출한다.

과거 부동산 시장을 취재했을 때, 회사가 망해 실직의 고통을 부둥켜안고 사는 건설사 직원을 여러 번 봤다.


그러므로 순수한 민간 택지에는 분양가 상한제도, 채권 입찰제도 옳지 않다.

그런 제도는 사업의 수익을 줄인다.

사업 리스크를 높인다.

건설사들은 개발 사업에 소극적이 될 것이다.

당연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이다.


다만 대장동 사업은 달리 생각할 여지가 있다.

이곳 시행을 맡은 '성남의뜰'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주주다.

토지 수용과 인허가에 공공이 개입했다.

그렇다면 준공공택지로 볼 여지가 있는 셈이다.

이런 곳에 채권입찰제를 적용했다면, 지금과 같은 초과이익 환수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화천대유가 아파트 분양으로 얻은 이익 중 상당 액수는 공공으로 자동 환수됐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행 분양가 상한제는 초과이익 환수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 채 공공 택지에서는 로또 아파트, 민간 택지에서는 공급 억제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서울 재건축의 경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

공원 등 공공시설의 기부채납까지 받는다.

여기에 굳이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해 로또를 만들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땅을 강제수용해 조성하는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일정 가격 이상 아파트에 대해서는 채권입찰제를 도입해 초과이익을 환수하고, 민간 택지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 공급을 촉진하는 게 옳을 것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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