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기회 꿈꾸며 카불 공항 주변 맴도는 아프간인들
탈레반은 자신들이 정권을 다시 잡은 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공항에 인파가 몰리면서 지금까지 12명이 숨졌다고 확인했습니다.

오늘(19일) 탈레반의 한 관계자는 "지난 15일부터 카불공항 안이나 주변에서 12명이 숨졌다"며 "총에 맞거나, (인파에) 밟혀서 사망한 경우 등"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공항에 여전히 많은 사람이 몰려있다"며 "합법적인 탑승 권한이 없는 시민들은 집으로 돌아가라. 우리는 아무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고 촉구했습니다.

탈레반이 정권을 넘겨받은 뒤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은 필사의 탈출을 위해 몰려든 수많은 인파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수천 명의 시민이 한꺼번에 활주로로 몰려들자 이들을 해산하려고 미군이 발포하면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월남 패망 당시 '사이공 탈출'보다 더 급박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시민들은 어떻게든 여객기에 타려고 탑승 계단에 매달렸다가 추락하기도 했고, 카불공항에서 이륙한 항공기 바퀴 부근에 매달렸다가 상공에서 떨어져 숨지기도 했습니다.

카불공항 당국은 급기야 모든 민항기 운항을 일시 중단했다가, 활주로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야 운항을 재개했습니다.

현지 매체인 톨로뉴스는 앞서 또 다른 탈레반 지도자의 말을 인용해 카불공항에서 총에 맞거나 압사해 숨진 사람이 최소 40명이라고 보도한 바 있어,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를 탈출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인 카불 공항에는 계속해서 몰려드는 시민들로 극심한 혼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은 탈레반에 포위되긴 했지만, 아직 미군이 통제합니다.

독일 언론 빌트는 탈레반이 카불 전역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외국인에게만 공항으로 가는 길을 터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탈레반이 공항으로 가는 외국인을 괴롭히거나 폭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자격을 갖춘 아프간인의 공항 입장을 거부하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카불 공항까지 이동을 원하는 이들 모두가 안전한 통행을 담보 받을 수 있도록 탈레반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구교범 인턴기자 / gugyobeom@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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