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럭이는 태극기와 인공기
1년여 만에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데 대해 전문가들은 교착 상태의 남북관계를 복원할 '신호탄'으로 평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연락선 복원이 북미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국이 그 중재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다만, 8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할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극복·통제 여부가 남북협력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연락선 복원에 대해 "교착 상태를 딛고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청신호가 나왔다"며 "대화 여건을 만들어 간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교수는 "남북 정상이 4월부터 친서를 교환했다는 것을 보면 교착 상태를 바꿔야겠다는 의지가 양쪽에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며 "최고지도자들의 의중이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입장에서는 코로나19와 식량난·경제난 속에서 풀기 어려운 북미관계 대신 남북관계부터 해결하려는 의중이 작동했고, 정부로서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복원·정상화가 필요했으리라는 것입니다.

또 최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방한하는 과정에서 한미 간에도 이 문제를 조율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김용현 교수는 "북미대화로 갈 수 있는 징검다리를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며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면 컨소시엄 형식의 보건·백신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당국 간 사전 조율과 양 정상의 신뢰를 토대로 연락 채널이 복구됐기 때문에 남북관계 복원의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양 교수는 최근까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거친 대남 담화를 내다 통신선 복원이 이뤄진 데 대해 김 위원장의 결단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또 이런 김 위원장의 선택에 대해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 제의를 받아놓은 데다 중국과도 밀착 관계를 만들어놓은 상황에서 남북관계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해 선택의 폭을 넓혀 놓으려는 사전 포석"이라며 "예를 들어 한국은 8월 한미연합훈련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미대화 재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북미 간 뉴욕 채널 협의를 통해 이런 흐름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요한 남북관계 반전을 예상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아직 안심할 정도로 남북 간 여러 현안이 해결·합의된 건 아닌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임 교수는 "문재인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도 남북 합의가 다음 정부로 잘 계승되기를 희망할 수 있다"며 "적정 수준의 남북관계를 이어가는 게 다음 정부와 관계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습니다.

또 "통신선 복원은 북미 간 중재 역할의 시작"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아마 친서에서 바이든 미국 행정부 대북정책의 긍정적 요소를 상당히 설명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 때문에 북한이 태도 변화를 보였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데 대해서는 "아직 코로나19 상황인데다 다음 달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있고 북미 관계도 여전히 불투명해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경계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신선 복원을 일단 긍정적 신호로 해석했지만, "북한이 북미대화까지 생각하면서 나오는 건지는 확실치 않다"고 봤습니다.

박 교수는 "2017∼2018년에는 북미 간 소통 채널이 없었지만, 지금은 분명히 있다"며 "이전과 같이 한국의 중재를 통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이 경제난 속에서 대북지원을 바라고 통신선을 복원한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그 근거로 북한이 현재 북중 국경에 가 있는 국제사회의 지원 물품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박 교수는 특히 우발적 충돌이 확전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군 통신선 복원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답이 안 나오는 것은 8월에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돼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그간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남북 간 통신선 차단해온 전례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남북협력과 북미 간 대화 등은 코로나19가 통제된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 유나겸 인턴기자 / optimusyu@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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