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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사원에게 배운다 ‘리버스 멘토링’…SNS 고수 된 金 사장님 “MZ 멘토 덕이죠”
기사입력 2021-07-2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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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 브랜드 구찌(Gucci)는 2012년부터 3년간 매출이 정체되고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었다.

명품 시장 주 고객이 중장년층에서 젊은 층으로 변화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유럽 귀족 스타일의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특성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2015년 새로운 CEO로 취임한 마르코 비자리(Marco Bizzarri)는 구찌의 부진 원인이 ‘구찌는 비싸고 촌스러운 브랜드’로 여기는 20~30대 젊은 고객의 변심과 조직 내 매너리즘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과감한 개혁을 단행한다.

수석 디자이너 자리에 무명 직원 알렉산드로 미켈레를 발탁, 온라인을 포함한 유통 채널 다변화 등 혁신적 조치를 잇따라 도입했다.

그리고 젊은 고객의 니즈 파악을 위해 20~30대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리버스 멘토링’을 도입했다.

이런 노력 끝에 구찌는 3년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배, 3배 이상 증가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기업 경영진이 MZ세대 직원에게 가르침을 받는 ‘리버스 멘토링’이 확산되고 있다.

갈수록 급변하는 최신 시장 트렌드와 디지털 기기 활용법, MZ세대 고객과 직원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기업에 활력과 혁신동력을 불어넣기 위한 도구로 리버스 멘토링이 주목받는 분위기다.


지난 4월 LIG넥스원 판교하우스에서 김지찬 대표를 비롯한 경영임원들이 MZ세대 직원 멘토들과 ‘리버스 멘토링’ 첫 모임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LIG넥스원 제공> 현대오일뱅크에서 지난해 시행한 리버스 멘토링 1기 수료 후 촬영한 기념 사진. <현대오일뱅크 제공>

▶리버스 멘토링이 뭐길래
▷신입사원이 경영진에 최신 트렌드 전수
리버스 멘토링이란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기존 멘토링의 반대 개념. 젊은 사원이나 대리가 선배나 고위 경영진을 멘토링하는 제도다.

시초는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 꼽힌다.

그는 1990년대 후반 영국 출장 중 말단 직원으로부터 인터넷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500명의 임원들에게 “후배에게 직접 인터넷 사용법을 배우며 멘토로 삼으라”고 지시했다.

물론 잭 웰치 본인도 20대 직원의 멘티가 됐다.

일찌감치 ‘디지털 전환(DT)’의 필요성을 파악하고 혁신적인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요즘은 리버스 멘토링이 필요한 이유가 훨씬 더 늘었다.

SNS에서 매일같이 새로운 신어가 생겨나고, 핫플레이스가 바뀌며, 디지털 기기도 계속 진화한다.

갈수록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적응 속도가 빠른 주니어 직원에게라도 배워야 생존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리버스 멘토링을 도입 중이다.


삼성전자는 MZ세대와 경영진의 직접 소통 창구인 ‘밀레니얼 커미티(committee)’를 운영한다.

무선사업부는 2018년부터 소비자와 MZ세대 눈높이에서 사업부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다양한 직군·세대의 임직원 100명을 모집, 사업부장 등 주요 경영진과 소통하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와 메모리사업부도 20~30대의 생각과 경험을 사업부장에게 직접 전달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하반기부터 리버스 멘토링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누적 4회 실시했다.

멘토링을 통해 신입사원들과 새로운 사업 관련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며 의견을 교환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0월 1~2년 차 신입사원과 대리급 직원이 멘토가 돼, 임원으로 구성된 멘티를 월 2회씩 4개월간 리버스 멘토링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 등으로 아직 실시하지 못하고 있지만 반응이 좋아 참여 직군과 인원을 확대해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현장관리자와 생산전문직 신입사원 등을 연결하는 리버스 멘토링 등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으로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지난 4월부터 리버스 멘토링을 시행하고 있다.

MZ세대 직원 멘토 2~3인이 김지찬 대표를 포함한 주요 경영임원 5명 각 1명씩과 조를 구성해 최소 월 1회 이상 멘토링을 진행한다.

구체적인 방법 등은 조별 토의를 거쳐 자율 결정한다.

김지찬 대표는 “3명의 젊은 연구원을 멘토로 모시고(?) 새로운 체험(VR, SNS 제작)을 다양하게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을 현장에서 직접 다루는 군인 대부분이 MZ세대인 만큼, 리버스 멘토링이 MZ세대를 깊이 이해하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버스 멘토링 잘하려면
▷분명한 목적, 단계적 시행, 경청 필수
경영학자들은 “기업은 CEO와 함께 늙어간다”고 말한다.

젊은 시절 패기와 열정으로 혁신 기업을 창업한 후 CEO가 중장년기가 돼서 안정을 희구하게 되면 기업도 혁신동력이 약해지기 쉽다는 얘기다.

창업기부터 함께했던 가신 그룹도 함께 나이를 드니 조직에 활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를 보완하려면 새로운 전문경영인으로 외부 수혈을 해야 하지만, 오너십이 강한 회사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리버스 멘토링은 가장 효과적인 내부 혁신동력원이 될 수 있다.


곽연선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기업을 젊고 활력 있게 만드는 리버스 멘토링’ 보고서에서 리버스 멘토링 장점으로 다음 3가지를 꼽았다.


첫째, 최신 시장 트렌드를 감지할 수 있다.

구찌에는 30세 이하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그림자 위원회(Shadow Committee)’가 있다.

이 위원회는 임원 경영회의가 끝난 후, CEO와 함께 경영회의의 주요 안건을 다시 토론한다.

이로써 CEO는 경영회의와는 다른 관점과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구찌는 그림자 위원회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 특성을 반영해 제품에 모피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둘째, 경직된 조직문화를 혁신할 수 있다.

리버스 멘토링은 경영진 멘티보다 MZ세대 직원 멘토에게 더 환영받는다.

자기주도적으로 의견을 내는 MZ세대로서는 경영진이 권위적인 태도 대신 자신들의 의견을 경청하려 노력하는 데 만족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한 주니어 멘토의 경우 ‘임원들에게 MZ세대 문화 등을 알려주는 것이 신선한 경험이었다.

회사 생활의 활력소가 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리버스 멘토링 도입 후 조직 내 세대 간 이해도가 높아지고 갈등이 줄었다는 후문이다.


셋째, 경영진의 ‘디지털 역량(Digital Fluency)’이 높아진다.

최신 IT 기기 활용에 능통한 젊은 세대와의 리버스 멘토링으로 경영진은 디지털 기기 이용 역량을 강화하고 조직 전반의 디지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주의사항. 리버스 멘토링을 잘못 시행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경영진이 리버스 멘토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거나 형식적인 행사에 그치고, 경영에 반영되는 효과가 없다면 멘토와 멘티 모두 피로감만 느끼기 십상이다.


“분명하게 정의된 경영진의 관심 영역과 니즈에 맞춰 젊은 멘토의 역량을 연결한다면 멘토링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

목적을 정한 후에는 목적에 맞는 방식을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IT와 SNS 활용 방법 공유 → 시장 트렌드 감지 → 내부 조직문화 변혁을 위한 젊은 세대의 의사 결정 참여 등으로 리버스 멘토링 운영의 점진적인 확대가 필요하다.

끝으로 경영진이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이를 경영에 적극 반영할 때 비로소 리버스 멘토링은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곽연선 연구원의 조언이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9호 (2021.07.28~2021.08.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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