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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와 비트코인 [손현덕 칼럼]
기사입력 2021-06-16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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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탄생' 등을 저술한 영국의 역사학자 폴 존슨이 시사주간지인 '뉴스테이츠먼' 편집장으로 있던 1960년대, 영국에서는 장차 세상을 뒤흔들 문화혁명의 파고가 몰려오고 있었다.

4명의 리버풀 청년들이 결성한 록밴드 비틀스였다.


비틀스가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할 때 폴 존슨은 '비틀스교(敎)의 위협'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그동안 영국을 지배했던 귀족 문화의 몰락 속에 부상하는 포퓰리즘이란 각도에서. 폴 존슨은 그의 저서 '위대하거나 사기꾼이거나'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반세기 전에 썼던 그 기사에 대해서 지금까지도 나는 단 한 개의 단어도 후회하지 않는다.

사실 비틀스의 위협을 과소평가했다고 해야 옳을 것"이라고.
2016년 10월 매일경제신문이 주최하는 세계지식포럼에 22세의 젊은 청년 한 사람이 참석했다.

파란 라운드 티셔츠에 쥐색 바지를 입고 연단에 올랐다.

한눈에 보아도 러시아계인 듯한 각진 얼굴. 190㎝나 되는 키에 깡마른 체격의 젊은이였다.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이었다.

매일경제는 포럼 전체를 외부에도 오픈하는데 이 젊은 친구를 주목한 한국 언론은 한 군데도 없었다.


바람 같은 사나이(여자일지도 모르지만) 사토시 나카모토가 2008년 10월 31일 '비트코인 P2P 전자화폐'라는 제목의 문서를 인터넷에 올릴 때 이를 다룬 언론 역시 하나도 없었다.

그게 바로 오늘날 전 세계를 뒤흔드는 비트코인의 출발점인데. 디지털 전문가들조차도 그랬다.

10만명 중 한 사람 정도는 알았을까. 그 나카모토가 1년 전 같은 인터넷 공간에 블록체인과 관련된 논문을 올렸을 때는 말할 나위조차 없다.


언필칭 돈을 연구한다는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가상화폐가 디지털혁명의 역사가 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사기와 투기의 오명을 쓰고 곧 무대에서 사라질 것이라며 여기에 무분별하게 뛰어드는 청춘들을 걱정한다.

그들의 눈에는 컴퓨터 속 신호에 불과한 게 화폐일 리 없다.

정부도 특정금융정보법을 통해 그냥 실물 없이 사이버상에서만 거래되는 자산, 즉 가상자산으로 공식화했다.

백번 양보해 투자의 대상이 될지는 몰라도 교환 수단이나 가치 저장이란 화폐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것. 더더욱 그 가치를 보증할 중앙은행 같은 곳도 없다.


그러나 디지털 세대는 코인의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강력하게 뭉친다.

그들의 세계에서는 코인이 가치 저장의 수단이며 구매력을 지닌 화폐다.

비트코인이 담긴 비자카드를 통해 결제를 하고, 미국에 사는 친구에게 송금할 수가 있는데 그게 화폐가 아니면 뭐냐고 반문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혁신이나 가상화폐는 인정하지 못한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잃는다.

일반 대중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공공의 블록체인은 반드시 내부화폐라는 코인이 필요한데 도대체 블록체인의 ABC는 알고 하는 소리냐고 코웃음 친다.


코인을 투기판으로만 본다면 광풍임에 분명하다.

분초 단위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아사리판에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고 분노하며 누구는 폐인이 된다.

현재까지 발행된 가상화폐의 상당수는 사기일 수 있으며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온 가상화폐 거래소는 곧 문 닫을 게 확실하고 이들이 운영하는 이른바 '벌집계좌'는 부정의 온상일 수 있다.

최소한의 질서를 유지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책임하다.


투기의 역사가 말해주듯 광풍은 멎을 것이다.

그렇다고 가상화폐가 종언을 고할 것이라는 예단은 섣부르다.

디지털 세대들의 암묵적 연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생태계. 그들의 연대가 지속되고 그들이 미래의 권력이라는 점을 깨닫는다면 가상화폐는 언젠가는 '역사'가 될지 모른다.

1960년대 비틀스처럼 어쩌면 우리는 가상화폐의 공습을 과소평가하고 있는지 모른다.


[손현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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