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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다 만든다고?"…용산서 부품 팔다 1500억 번 중소기업
기사입력 2021-02-2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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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코에서 판매하는 블루투스 이어폰 브랜드 `비토닉(Beatonic)’ /사진=앱코
[남돈남산] 472억원(2017년)→ 663억원(2018년)→ 842억원(2019년)→ 1531억원(2020년).
3년 만에 매출이 3배로 증가한 중소기업이 있습니다.

지난해만 보면 거의 2배 가깝게 매출이 늘었습니다.

보통 이렇게 고속 성장하는 기업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기업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배달의민족이나 마켓컬리와 같은 기업입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기업입니다.

생산 자체는 중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제품을 한 대 한 대 팔아서 매출을 발생시켜야 하는 전형적인 제조업체입니다.


이 회사가 매출 1500억원을 달성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제품은 바로 '키보드'입니다.

우리가 PC를 사용할 때 사용하는 바로 그 키보드입니다.


어떻게 '고작' 키보드로 이 회사는 고속 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까요?

앱코의 대표적인 제품인 광축 완전방수 게이밍 키보드. /사진 제공=앱코
시간은 2012년 우리나라 전자부품 유통 메카인 용산전자상가로 돌아갑니다.


용산에서 그래픽카드 유통을 하던 앱솔루트코리아라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우리가 용산전자상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부품 유통회사였는데요. 2013년부터 이 사업을 접고 조립PC 케이스 사업에 진출합니다.


당시 이 회사에 동업자로 합류했던 사람이 현 오광근 앱코 대표이사인데요. 그는 PC 케이스 사업을 하면서 조립PC 주 고객인 PC방 사장님들에게 게임용 키보드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013년부터 국내 PC방에서는 '기계식 키보드'라는 것이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PC용 키보드는 멤브레인 방식을 이용합니다.

키보드 아래에 고무로 된 돔이 있어서 그것이 키보드 기판을 때립니다.

노트북컴퓨터 키보드는 팬터그래프 방식을 이용하는데, 멤브레인과 팬터그래프 키보드 공통점은 내구성이 높아서 저렴한 가격으로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기계식 키보드는 키보드 버튼 하나하나가 기계장치로 작동합니다.

과거에 쓰던 타자기를 상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타건감'이라 불리는 물리적인 감촉과 '짤깍짤깍'하는 소리는 기계식 키보드의 엄청난 매력입니다.

특히, 기계식 키보드는 게임 쾌감을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PC방에서 앞다퉈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게 된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 기계식 키보드는 엄청난 단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가격이 비싸다는 것과 물에 닿으면 쉽게 고장이 난다는 점입니다.


안 그래도 키보드는 게임용으로 쓰다 보면 고장이 나기가 쉽습니다.

거기에 PC방은 고객들이 음료를 많이 마시기 때문에 고장이 날 가능성이 더욱 높습니다.


PC방에서 기계식 키보드는 손님들을 끌어들이기는 좋지만 유지비가 너무 높았던 것입니다.


이런 시장 니즈를 파악해 오광근 대표이사는 기계식 키보드 장점을 갖추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난 '가성비' 키보드를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앱코에서 출시한 복고풍 타자기 디자인의 블루투스 키보드 . /사진 제공=앱코
그래서 2015년 나오게 된 것이 '무접점 광축 키보드'입니다.


기계식 키보드가 물리적인 접촉으로 인해 고장이 잦기 때문에 실제로는 기판과 접촉하지 않도록 작동 원리를 바꾼 것입니다.

무접점 방식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앱코의 광축 키보드는 빛(적외선)을 이용해 기판에 신호를 전달합니다.


'광축 키보드'는 접촉을 없애 사용 연한은 늘리면서도 기계식 키보드의 타건감을 구현해냈습니다.

무엇보다 광축 키보드는 PC방에서 고장 사고의 중요한 원인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키보드에 완벽한 '방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고객의 만족감은 높지만 고장이 쉽게 나고, 교체 비용이 큰 기계식 키보드.
고객의 만족감은 약간 낮지만 고장도 잘 안 나고, 교체 비용이 낮은 광축 키보드.
이 가운데 PC방 사장님들은 어떤 키보드를 선택하게 될까요?
답은 정해져있습니다.


고객의 가장 간지러운 부분을 저렴한 가격에 긁어준다면 시장에서 이를 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앱코는 광축 키보드 기술을 보유한 자일이라는 회사와 독점 계약을 맺고 있어 다른 기업들은 유사한 제품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앱코는 몇 년 지나지 않아 로지텍, 레이저, 한성 등 쟁쟁한 기업을 꺾고 PC방에서 키보드 시장 점유율 1위(49%)를 차지하게 됩니다(2020년 기준).
2015년 출시 이후 광축 키보드의 누적 판매량은 117만6913대(2020년 말 기준)에 달합니다.

PC방에서 사용되는 게이밍 키보드라는 특수한 시장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판매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앱코는 PC방에서 키보드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른 게이밍기어(마우스, 헤드셋, 책상, 의자) 시장까지 제품군을 확대했고 소형가전(무선이어폰, 청소기, 마사지기)에도 진출한 상태입니다.


앱코는 국내 e스포츠 게임단인 아프리카 프릭스의 공식 후원사 중 하나입니다.

/사진 제공=앱코

이 과정에서 오광근 대표이사는 '용산전자상가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강매'와 '불친절'의 상징인 용산전자상가에서 사업을 시작해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대주주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앱코에 2018년에 일찌감치 투자해서 성공을 거둔 하준두 언리미티드파트너스 대표는 "앱코가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잘 될 기업"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스포츠에 강한 한국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등에 업고 해외 게이밍 기어 업체들과 경쟁하겠다는 것이 앱코의 계획입니다.


앱코의 성공은 중소기업도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제품을 내놓으면 짧은 시간에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앱코와 같은 중소 제조기업의 성공 사례가 계속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이덕주 벤처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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