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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환자들이 가장 후회하는 일은?
기사입력 2021-02-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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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 디엠! (Carpe Diem)' 오늘을 즐겨라…오늘을 잡아라…오늘을 살아라. '카르페 디엠'이란 소리가 들리지 않니? 우리는 언젠가 죽어. 시간이 있을 때 장미 꽃봉오리를 즐겨."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모교에 부임한 키딩 선생이 외친 말이다.

키딩은 규율과 전통, 주입식 교육에 짓눌려 있던 엄숙한 기숙학교 학생들에게 '오늘을 즐기라'고 주문한다.

'카르페 디엠'은 라틴어인데 우리말로는 '오늘(현재)을 즐겨라'쯤으로 해석되고 영어로는 'Seize the day'로 주로 번역된다.

이 말을 최초로 유행시킨 사람은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다.


호라티우스는 원래 베네치아 사람인데 로마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는 BC 44년 브루투스 편에 섰다가 전쟁에 패하는 바람에 재산과 권력을 한순간에 날려버린다.


그는 깨닫는다.

돈도 명예도 한순간에 불과하다는 걸.
호라티우스의 시재가 번뜩이기 시작한 건 바로 이 무렵부터다.

유머와 인간미로 가득한 그의 시는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눈에 들었고 '로마 서정의 완성자'라는 찬사를 받게 된다.

특히 인생의 무상함과 유한성을 풍자한 시들이 사랑을 받았다.


요즘 블로그나 트윗,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의 문패글로 가장 흔히 등장하는 말 중 하나가 '카르페 디엠'이라고 한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즐기면서 살지 못하면 문패글을 카르페 디엠이라고 써 놓았겠는가 싶기도 하다.

오늘을 즐기는 일,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더더욱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호라티우스 시의 한 구절을 옮겨 본다.


"생의 마지막이 언제일지 / 바빌론의 점성가들에게 묻지 말라 / 현명한 생각을 하라. 오늘 포도주를 내려라 / 짧은 우리네 인생에 긴 욕심일랑 내지 마라 / 말하는 사이에도 우리를 시샘한 세월은 흘러간다 / 내일은 믿지 마라. 오늘을 즐겨라."
호라티우스가 살았던 로마시대에도 미래는 늘 두려운 대상이었다.

불안한 사람들은 앞다투어 점성술사를 찾아갔다.

그들이 점성술사를 찾아간 이유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 뭘 조심해야 하는지, 돈은 많이 버는지, 자식들은 잘될 것인지. 뭐 이런 것들을 물었을 것이다.


현세의 쾌락을 중시하는 에피쿠로스 학파에 속했던 호라티우스는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를 놓고 전전긍긍하는 대중을 지켜보며 '카르페 디엠' 연작시를 썼다.


하기야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부식시키는 건 인간들의 오랜 습관이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가장 후회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이런 답변이 돌아온다고 한다.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낭비했던 것.'
그렇다.

카르페 디엠. 오늘을 즐기자.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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