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설계사의 고백 "보험사가 정당한 지급 방해"…당국은 '우왕좌왕'

【 앵커멘트 】
고객에게 보험금을 적게 주는 설계사는 좋은 설계사일까요?
이들 사이에서는 고객에게 정당한 보험금을 줘도 액수가 많으면 걱정부터 한다고 합니다.
한 설계사의 고백을 들어보시죠.
김용갑 기자입니다.


【 기자 】
고객에게 보험상품을 판매하려던 설계사 A씨.

상품 설계가 안되자 보험사 측에 문의를 했다가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A씨는 보험금 청구가 많은 설계사이기 때문에 일부 상품에 대한 판매를 막았다는 겁니다.

▶ 인터뷰 : 보험설계사 A씨
- "보험금 수령하는 금액이 과했을 때는 그 책임을 설계사한테 돌립니다. 그 상품을 못 팔게 제재를 하는 거죠."

A씨는 보험업계의 암묵적인 관행이 설계사들에게 그릇된 선택을 유도하고,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 인터뷰 : 보험설계사 A씨
-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보험금 청구가 없는 설계사가 좋겠죠. 하지만 그 설계사가 과연 고객을 위한 설계사인가…당연하게 보험금을 받아야할 부분인데 고객이 몰라서 못 받는다면 설계사는 당연히 받게 해주는 게 저희들의 일입니다. 그걸 방해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최근 설계사들이 이같은 보험사 갑질에 집단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 설계사는 또 보험사들이 조직 관리를 위해 이직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문제를 지적합니다.

▶ 인터뷰 : 최재선 / 보험설계사
- "보험회사에 다니다가 이직했을 경우에 기존에 팔던 보험사 상품을 못 팔게 됩니다. 일부 괘씸죄라고 해서 보험회사의 조직이탈을 막기 위해 적용되는거죠."

이같은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설계사만 벌써 100여 명.

실제로 보험대리점협회에 따르면 보험사 소속이던 설계사가 독립대리점으로 옮길 경우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2년간 자사의 보험상품을 팔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반면 보험사들은 고객 관리는 뒷전인 철새 설계사를 막기 위한 수단이라고 해명합니다.

보험사와 설계사 간의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당국은 제대로된 대처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

설계사들이 공정위에 제기한 민원은 금융감독원으로 이송됐다가 다시 공정위로 옮겨지는 등 혼선을 겪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설계사 부분은 주요 권한도 없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주도적으로 담당한다"며 "특정 민원을 일반화해서 정책이나 제도를 바꾸지는 않는다"고 개선 의지가 없음을 내비쳤습니다.

명확한 제도의 부재에서 비롯한 보험사와 설계사 간의 갈등은 결국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매일경제TV 김용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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