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의구심 떨쳐낼 컬리의 해법은...“이젠 지배력 활용할 때” [인터뷰]

김종훈 컬리 CFO 경영관리총괄 인터뷰
“3P 비중 확대...IPO 시장 상황 모니터링”

김종훈 컬리 CFO가 매경이코노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윤관식 기자)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이커머스 기업의 최대 고민은 ‘마진(수익성)’이다.

아무리 매출을 늘려도 고정비 부담에 흑자를 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지난해 40조원 매출 신화를 써낸 쿠팡도 이익률은 1%대에 그칠 정도다.


컬리도 마찬가지다.

컬리의 꼬리표 중 하나는 ‘적자 기업’이다.

연간 2조원대 매출을 내는 국내 주요 이커머스로 자리 잡았지만, 수익성만 놓고 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돈 버는 이커머스’ 희망을 봤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현금 창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조정 에비타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영업손실 규모도 1000억원 이상 줄였다.

컬리는 어떻게 이커머스 기업 고질병인 고정비 딜레마를 풀어내고 있을까. 2019년부터 컬리 곳간을 관리 중인 김종훈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만나 가감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불황에도 두 자릿수 거래액 성장
3P로 고정비 레버리지 효과
지난해 컬리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거래액(GMV)이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힌 가운데 3조1000억원의 거래액을 냈다.

전년(2조8000억원) 대비 12.2% 증가한 수치다.

2023년 거래액 증가율이 6.1%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김종훈 CFO는 “아마 쿠팡과 컬리를 제외하면 대부분 이커머스의 지난해 온라인 거래액이 마이너스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거래액 개선은 정체됐던 매출 성장으로 이어졌다.

2023년 1.9%에 그쳤던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5.7%로 개선됐다.

김종훈 CFO가 지난해를 “성장 엔진의 재점화, 재도약의 원년”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컬리의 재도약 뒤에는 그간 구축해 온 ‘시장 지배력’이 있다.

지난해 컬리의 핵심 사업 전략 키워드 중 하나는 위탁거래(3P·3rd Party) 확대다.

이커머스가 판매자의 제품을 매입해 가격 책정부터 판매·배송까지 모두 책임지는 직매입(1P·1st Party) 구조와 달리 3P는 판매자가 모든 걸 책임지고 인지도가 높은 이커머스만 유통 채널로 빌려 쓰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컬리는 1P 사업에 중점을 뒀다.

지난해 들어서야 3P 사업 비중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김종훈 CFO는 지난해가 3P 사업 확대의 적정기였다고 강조한다.


온·오프라인 커머스 시장 성장률 추이. (컬리 제공)
김종훈 CFO는 “수익성만 놓고 보면 아무래도 3P 중심의 사업 구조가 효율적이다.

고정비 부담이 감소하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3P의 경우 이커머스 업체가 가격과 배송 등 서비스 설계에 관여할 수 없다.

이에 처음부터 3P만 고집한다면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하지만 컬리는 1P로 사업을 시작해 지금의 시장 지배력을 갖췄고 트래픽도 우상향 중이다.

판매장 입장에서 빌려 쓰고 싶은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컬리의 지배력과 트래픽을 활용해 수익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을 펼칠 수 있는 때가 찾아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3P 사업 성과는 숫자로 증명된다.

거래액 기준, 지난해 컬리의 3P 상품 비중은 전체 7% 정도다.

하지만 IR 자료에 따르면 3P·신사업 부문에서 발생한 매출 총이익은 169억원에 달한다.


이미 갖춰진 플랫폼에 판매 공간만 제공해 벌어들인 이익이다.

한발 더 나아가 추가 수수료 확보도 가능하다.

컬리는 3P 판매자를 대상으로 풀필먼트 서비스(FBK)를 펼치고 있다.

3P 판매자는 FBK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컬리의 물류센터와 배송망을 활용할 수 있다.

현재 3P 상품 중 FBK 비중은 10% 안팎이다.

김종훈 CFO는 “패션 부문에서 FBK 수요가 생각보다 많았다는 게 고무적”이라며 “패션은 재고 부담이 큰 산업이다.

색상부터 사이즈까지 워낙 다양한 상품이 있기 때문인데, 컬리 입장에선 패션 3P가 활성화되면 재고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상품 선택지를 확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마냥 3P를 확대하는 건 리스크가 크다.

컬리의 차별화 포인트를 고려하면 이해가 쉽다.

컬리는 ‘감성’과 ‘프리미엄’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통상 이커머스업계는 비용과 서비스의 질을 ‘트레이드오프(trade off)’ 관계로 일컫는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3P는 고정비 부담이 적고 특별한 관리 없이 수수료 수익을 낼 수 있는 반면, 직매입 상품 대비 제품·배송 퀄리티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선 1P와 3P 상품 구분이 어려운 만큼, 3P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컬리 퀄리티가 떨어졌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컬리도 이같은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김종훈 CFO는 “3P 사업의 핵심은 고객 경험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비중을 높여간다는 점”이라며 “1P에서 취급하는 제품을 3P로도 받거나 하지는 않는다.

절대 겹치는 일은 없도록 하고 있다.

내부 회의를 거쳐 특정 상품군은 1P 대신 3P에 FBK를 붙인 상품으로 구성해도 괜찮겠다는 합의가 있을 경우, 해당 카테고리를 3P로 하는 방식 등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시장 포화 NO...“잠재 고객 충분”
IPO 시점 미지수...상황 모니터링
중요한 건 앞으로다.

김종훈 CFO의 말처럼 단순히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재도약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문제는 최근 국내 이커머스 시장 상황이다.

쿠팡과 네이버뿐 아니라 중국 알리바바·테무·쉬인까지 그야말로 포화 상태다.

경쟁자들과 달리 든든한 뒷배조차 없는 컬리가 경쟁이 가능할지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도 있다.


그럼에도 김종훈 CFO는 자신감을 보인다.

여전히 잠재 소비자는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김종훈 CFO는 “여전히 가장 큰 시장은 오프라인에 있고, 오프라인 소비자는 컬리의 잠재적 소비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쟁사에도 잠재 소비자가 있다.

마트와 백화점을 떠올리면 어떨까 싶다.

소비자 대부분은 필요에 따라 마트를 가기도 하고 백화점을 가기도 한다.

온라인 시장은 이 같은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컬리도 쓰고 쿠팡도 쓰는 소비자가 많다.

충분한 차별화 포인트만 제공한다면 오프라인 소비자는 물론이고 경쟁사 소비자도 컬리의 잠재 소비자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컬리를 향한 시장의 또 다른 궁금증은 기업공개(IPO) 재추진 시점이다.

IPO를 준비하던 컬리는 2023년 1월 IPO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김종훈 CFO는 “현재는 IPO 관련, 시장 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상황”이라며 “현금이 유입되는 구조를 갖췄기에 (IPO가) 급하지 않고 주요 투자자 역시 같은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김종훈 CFO는 “IPO라는 게 결국, 이론적으로는 회사의 펀더멘탈과 시장 상황에 따른 멀티플의 값인데 펀더멘탈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IPO를 도전할 만한 최적의 시점이 올 때까지 생산성 향상과 수익성 관리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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