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미국서 테라파워와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뒷줄 왼쪽부터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HD현대


HD현대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기업인 미국 테라파워가 생산과 설계 기술을 결합해 상용화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가 창업한 SMR 개발사로, SMR의 한 종류인 소듐냉각고속로(SFR) 설계 기술을 보유했다.


HD현대는 미국을 방문 중인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와 만나 '나트륨 원자로의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장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나트륨은 테라파워가 개발하고 있는 4세대 SFR의 명칭이다.


HD현대는 앞서 지난해 12월 테라파워에서 SFR용 원통형 원자로 용기 제작 사업을 수주하는 등 SMR 분야에서 생산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협약 체결을 통해 에너지 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SMR을 제작하는 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HD현대는 "나트륨 원자로에 탑재될 주기기를 공급하기 위해 최적화된 제조 방안을 연구하고 도출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나트륨 원자로의 초기 실증 프로젝트를 넘어 상업화에 필요한 제조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원광식 HD현대중공업 해양에너지사업본부장은 "HD현대가 제조업 분야에서 쌓아온 폭넓은 경험과 앞선 기술력이 나트륨 원자로의 상업화 기반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협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원자력 에너지 솔루션의 상업화를 가속화하고 글로벌 SMR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테라파워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나트륨 원자로를 발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며 "HD현대와의 협력을 통해 에너지 수요 증가에 맞춰 공급망을 확장하고 나트륨 원자로를 성공적으로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테라파워가 설계 노하우를 가지고 상용화에 나선 나트륨은 고속 중성자를 핵분열시켜 발생한 열을 액체 나트륨(소듐)으로 냉각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의 원자로다.

SMR 중 기술적으로 성숙돼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핵폐기물이 기존 원자력발전보다 20분의 1 수준으로 적다는 점도 특징이다.

나트륨 프로젝트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원자력 건설 및 운영 허가를 취득한 후 2030년까지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게이츠는 테라파워를 창업할 당시 '안전하고 저렴하며 탄소 배출이 제로인 에너지를 풍부하게 제공하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내세웠고 이를 위해 SMR 개발과 생산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케츠앤드마케츠의 SMR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SMR 시장은 연평균 2.3% 성장해 2030년에는 68억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 관계자는 "SMR은 지구적 기후 위기 속에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차세대 전력원으로 각광받는 SMR 분야를 선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주 시작된 방미 기간 중 현지에서 보이는 광폭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그룹 주력 업종인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미 협력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HD현대중공업이 4년 전에 발표했던 '미래형 조선소' 설립을 위해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6일 미국 인공지능(AI) 업체 '팰런티어테크놀로지스'의 앨릭스 카프 대표를 만나 선박 건조에 AI를 적용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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