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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의 트랜스젠더 연방 하원의원인 사라 맥브라이드(가운데) 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 미 워싱턴 DC 연방의사당 안을 걷고 있다. [사진 출처 = 로이터 연합뉴스] |
최근 미국 연방의회에서 최초의 트랜스젠더(성전환) 민주당 하원의원에게 공화당 의원이 “미즈(Ms)” 대신 “미스터(Mr)”라는 호칭을 쓰면서 회의장에서 소란이 일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는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性)만 있다”고 밝힌 뒤 공화당 의원들이 트렌스젠더 의원의 성별을 여성으로 인정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1일 뉴욕타임스(NYT)에 보도 등에 따르면 하원 외교위원회 유럽 소위원회에서는 군비 통제·유럽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었다.
당시 소위원장인 키스 셀프 공화당 의원은 사라 맥브라이드 트랜스젠더 민주당 의원에게 발언권을 주며 “미스터 브라이드 의원”이라고 불렀다.
맥브라이드 의원이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 남성을 지칭하는 미스터라고 부른 것이다.
이에 맥브라이드 의원은 잠시 언짢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감사합니다.
위원장님”라면서 위원장 앞에 ‘마담(Madam)’이라는 여성 호칭을 붙였다.
셀프 위원장은 남성 의원이었지만 의도적으로 여성을 뜻하는 마담을 붙인 것이다.
맥브라이드 의원이 자신의 성별을 인정하지 않은 불쾌한 상황을 재치 있게 넘어가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사건은 두 사람 사이에 앉아있던 민주당 간사인 빌 키팅 의원이 폭팔하면서 시작됐다.
키팅 의원이 셀프 위원장에게 “잠깐만요, 위원장님. 다시 한번 (맥브라이드 위원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라고 따졌다.
이에 셀프 위원장이 “우리는 하원 본회의장에서 기준을 세웠다.
미스터 맥브라이드 의원”이라고 했다.
그러자 키팅 의원은 “그 기준이 무엇이냐. 위원장은 지금 위원회 규칙을 어기고 있다”며 “당신은 양심이 없냐. 이건 정말 품위 없는 행동이다”고 항의했다.
결국 회의장 분위기는 급속히 악화됐고 셀프 위원장은 “산회를 선포한다”며 회의를 중단했다.
키팅 의원도 서류철을 덮어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회의가 파행된 뒤 셀프 위원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성과 여성 두 성별만 인정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고 썼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공식석상에서 맥브라이드 의원을 여성으로 언급하지 않는 관행을 세운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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