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 한 아우가 없다고들 말한다.
어떤 일에 있든 형, 오빠(혹은 누나, 언니)가 아우보다 낫다는 속담이다.
먼저 태어난 형 쪽이 인생 경험이 많으므로 어느 정도는 당연한 말이지만, 동생 쪽에선 자기 능력에 멋대로 선을 그어버리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오래됐다는 게 곧 훌륭하다는 걸 담보하진 않으니 말이다.
최근 식품업계에서 기존 제품을 저당(低糖) 또는 무당 제품으로 변주한 제품들의 관계를 보면 형제 관계가 떠오른다.
변주된 제품이 명성을 축적해온 기존 제품 본연의 맛을 구현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도 들지만 기대도 함께 생긴다.
매일경제 기자평가단은 '제로' 열풍에 발맞춰 국내 대표 식품사의 저당·무당 변주 제품 4종을 기존 제품과 다양하게 비교·평가했다.
이른바 '형만 한 아우' 특집이다.
평가 방식은 기존 제품의 평점을 4점으로 놓고 변주 제품을 기존 제품과 평가하는 방식이다.
평점 공동 1등이 오랜만에 나왔다.
빙그레의 '바나나맛우유 무가당'과 hy의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당밸런스'가 각각 평점 4.3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전체 최고점(4.7)을 준 김효혜 기자는 "기존 바나나맛우유의 맛을 굉장히 훌륭하게 구현해냈다"며 "오히려 기존 제품은 너무 단맛이 강했다면, 이 제품은 살짝 덜해 더 담백하다"고 밝혔다.
기존 제품보다 변주된 바나나맛우유가 낫다는 평가다.
박홍주 기자 역시 "맛만 놓고 보면 무가당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더 낫게 느껴질 정도로 잘 만들었다"고 밝혔다.
당 섭취에 대한 걱정이 줄면서 한결 먹기 편해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개인 최고점(4.0)을 준 김시균 기자는 "건강 챙기는 사람들에게 바나나맛우유 소비의 심리적 허들은 높은 당 함유량이었다"며 "당 함유량을 9g까지 낮춘 만큼 무가당 제품은 어릴 적 그 맛을 잊지 못한 이들에게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김금이 기자도 "건강을 살뜰하게 챙기는 사람에겐 무가당 제품이 제격"이라고 덧붙였다.
박 기자도 "208㎉에서 125㎉로 열량이 크게 줄어서 하나를 마실 것도 부담 없이 두 개를 마시게 된다"고 설명했다.
제로 제품 특유의 공허한 맛에 호불호가 갈릴 거란 평가도 나왔다.
박 기자는 "먹는 사람에 따라 맛이 덜 느끼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공허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동 1위를 차지한 hy의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당밸런스'도 기존 제품을 뛰어넘는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전체 최고점이자 개인 최고점(4.8)을 준 김효혜 기자는 "혈당을 신경 쓰기 시작하면서 가당 요구르트를 극도로 피했다"면서 "윌 당밸런스는 저당 제품인 데다 식후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하니 훨씬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호평했다.
다만 익숙지 않은 맛에 약간의 거리를 둔 평가자도 있었다.
김금이 기자는 "윌이 워낙 유명한 제품이다 보니 기존 우리가 알고 있던 맛과는 달라 익숙지 않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박 기자는 "기존 제품도 영양성분이 좋은 제품이었다"며 "굳이 당 밸런스를 먹어야 할 이유를 잘 설명해야 하는 게 업체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3위는
삼양사의 '큐원 상쾌환 스틱 제로'가 차지했다.
삼양사에 개인 최고점(4.3)을 준 김금이 기자는 "기존 상쾌환 스틱과 비슷하게 단맛은 강하면서 숙취 해소 기능은 그대로 유지된 것 같다"며 "상쾌환은 제로로 대체하기 가장 좋은 제품 같다"고 말했다.
전체 최고점을 준 김효혜 기자도 호평을 내놨다.
김효혜 기자는 "젊은 여성들을 저격한 것 같은 제품"이라면서 "살찔 걱정 없이 숙취 해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가장 인기가 많은 복숭아맛의 경우 향이 굉장히 잘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상쾌환 스틱 제로에 담긴 글루타치온 성분에 대한 호평도 내놨다.
김효혜 기자는 "글루타치온은 요즘 젊은 여성들이 미백을 위해서도 즐겨 찾는 성분"이라면서 "이 성분이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상쾌환 제로는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 자체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한 평가도 나왔다.
박 기자는 "당을 관리해야 하는 사람이 이 제품을 먹으면 확실히 좋을 것"이라면서도 "그런 사람이라면 애초에 술을 안 먹는 게 맞다"며 뼈 있는 말을 남겼다.
효과가 체감상 크지 않다는 평가도 있었다.
박 기자는 "며칠에 걸친 인체실험 결과 체감상 유의미한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눈앞에 기존 제품과 제로 제품 둘 중 하나를 놓고 고르라면 제로를 고르겠다"고 말했다.
팔도의 '팔도비빔면 제로슈거'는 원조를 뛰어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체 최저점이자 개인 최저점(3.0)을 준 김시균 기자는 "새콤달콤한 맛은 상당 부분 구현해냈지만, 기존 제품만큼 맛이 선명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금이 기자 역시 "제로 특유의 공허한 단맛이 팔도비빔면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로 제품으로서 가치에 의문을 제기한 평가자도 있었다.
박 기자는 "기존 제품은 525㎉인데 제로 제품은 470㎉로 칼로리가 낮아지긴 하지만 큰 차이는 아니라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원조 제품보다 부각되는 장점을 발견한 평가가 나왔다.
김시균 기자는 "기존 제품보다 오히려 더 쫄깃해진 식감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박홍주 기자는 "소스는 기존 소스보다 약간 꾸덕꾸덕하고, 면발은 기존보다 탱글탱글해졌다"고 밝혔다.
[이효석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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