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디어아트 최고상 휩쓰는 김아영 작가
日 모리 미술관 초청전시회서
‘
딜리버리 댄서의 구’ 선보여
팬데믹 때 느낀 압박감 그려
최고 권위 ‘골든 니카’ 상 받아
“기술 발달로 미디어아트 확장
새로운 형태 미술 기대하세요”
11월엔 美 MOMA PS1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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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작가의 ‘딜리버리 댄서 구’의 부분. 얼굴이 보이지 않는 두 배달기사의 사고 현장 같기도 하고, 한 명이 다른 사람을 일으키거나 주저앉히는 것 같기도 한 애증의 관계 같은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결국 새로운 미술 양식을 낳아요. 앞으로 이런 것들이 더 늘어나겠지만 결코 고전적인 형태의 그림·조각 같은 미술이 없어질 수는 없어요. 인간은 감각적으로 체감하는 것을 더 선호하거든요. 이 때문에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고, 해야 할 분야도 정말 다양해지는 것 같아요.”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미디어아트 작가인 김아영(46)을 일본 도쿄 미나토구 모리 미술관에서 만났다.
모리 미술관이 지난 13일부터 ‘머신 러브’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 미디어아트 작가 12명을 초청한 전시회를 시작했는데, 여기 중심이 되는 것이 김 작가다.
“2023년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실험영화제인 이미지 포럼 페스티벌에서 ‘데라야마 슈지 상’도 받았지만 일본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오랜만에 일본 미술계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설렙니다.
”
글로벌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김 작가가 1순위로 거론된다.
2년 전 세계 최대 미디어아트 상인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최고상인 ‘골든 니카’ 상을 받으며 전 세계에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1987년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가 시작된 이후 한국인이 최고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때 선보인 작품 ‘
딜리버리 댄서의 구’(2022)가 이번 모리 미술관 전시회에 등장했다.
김 작가는 “2020~2021년 코로나 팬데믹 기간 서울에서 거의 갇혀서 지낼 때의 느낌을 가상의 여성 배달 기사를 통해 표현한 픽션”이라며 “25분가량의 영상과 영상 속 인물이 현실 속에 있는 감각으로 느껴지게 하는 마네킹을 전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에서는 배달 플랫폼인 ‘
딜리버리 댄서’에서 최상위 능력자인 ‘고스트 댄서’로 일하고 있는 에른스트 모가 또 다른 가능 세계(실제 세계가 아니라 가능한 모든 세계)에서 자신과 완벽하게 닮은 사람과 만난 이야기를 털어놓는 내용이 펼쳐진다.
영상의 배경은 디스토피아적인 느낌을 주는 가상의 서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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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 김아영 작가가 최근 일본 도쿄 미나토구 모리미술관에서 개막한 ‘머신 러브’ 전시회 포스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
김 작가는 “서울이란 곳이 전 세계와 비교해도 엄청난 속도를 강요하는 장소”라며 “저도 작가로서 더 많은 생산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늘 있는데, 더 빠르게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서울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
딜리버리 댄서’는 첫 작품 ‘
딜리버리 댄서의 구’를 시작으로 지난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제정한 ‘ACC 미래상’의 첫 수상작인 ‘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과 ‘
딜리버리 댄서의 선: 0°의 리시버’ 등으로 연작화하고 있다.
김 작가는 “오는 11월 미국 뉴욕의 뉴욕현대미술관(MoMA) PS1에서 개인전을 여는데
딜리버리 댄서 시리즈 세 작품을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선보이기로 했다”며 “처음 하는 시도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작품의 영감을 얻기 위해 김 작가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픽션을 만들다 보니 SF소설을 많이 읽고 철학 이론에도 관심이 많아 관련 책도 즐겨 본다.
그는 “작품에 나오는 벗어나지 못하는 뒤틀린 시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위상수학자나 물리학자 등을 만나 자문을 구하는 경우도 많다”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2009년 이후 오랜만에 일본을 찾은 그는 모리에서 운영하는 사립미술관이 엄청난 인프라스트럭처를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놀랐다는 반응이다.
그는 “작가가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다루는지, 이 기술이 작가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등을 세심하게 관찰해서 보여주려고 한 전시”라며 “12명의 작가를 다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오랜 시간 고심했다는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8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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