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소부장 대부’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인터뷰
물리적인 상품·서비스 결합해
구체적인 경제 가치 창출해야
규제 개혁 없인 혁신 어려워
나눠주기식 R&D예산도 손질
“무엇인가 개발했을 때 시장에 비슷한 수준의 경쟁자가 있다면 그건 그냥 ‘기술’입니다.
시장에 경쟁자가
아예 없는 수준의 새로운 것이어야 ‘혁신’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
20일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최근 확산하는 인공지능(AI) 열풍과 관련해 국내 스타트업·벤처기업을 향해 이처럼 ‘비교우위’를 강조했다.
황 회장은 “한국은 Al 산업 기술은 앞서 출발은 못했지만 늦은 상황은 아니다”며 “산업혁명 시대와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AI 기술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황 회장은 “AI는 우리 일상생활이고 그것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느냐는 개인의 의식에 달렸다”며 “교육을 많이 받았다고 모든 사람이 성공하는 게 아닌 것처럼 AI 기술이 뛰어나다고 해서 경제적 성공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상품과 서비스 가치를 높이는 AI 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황 회장 생각이다.
그는 “AI가 로봇·자동차·선박 같은 물리적인 상품이나 서비스와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AI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규제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성장은 새로운 기준 위에서 가능하다”며 “혁신은 규제 대상이 아닌, 육성과 지원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나눠주기식 연구개발(R&D) 예산 지원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정된 자원을 공평하게 나눠주는 대신 ‘혁신가’에게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황 회장은 “AI 관련 예산 배분을 나눠먹기식으로 해서는 혁신기업이 나올 수 없다”며 “혁신가에게 연구개발(R&D) 지원을 집중해 주고, 그 기업이 성장해 산업생태계를 만드는 구조로 가야 한다”며 “분야별로 ‘리딩 컴퍼니’가 나올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6대 공정 중 하나인 증착에 필요한 장비를 제조하는 중견기업이다.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에서 근무했던 황 회장은 1993년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했다.
ASM은 현재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슈퍼 을’로 통하는 ASML의 전신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웨이퍼에 원자 정도의 두께로 박막층을 한 층 한 층 형성해 가는 표면처리 공법인 원자층 증착(ALD) 장비에 특화돼 있다.
현재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반도체 제작에 주로 활용된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AI 반도체 필수 부품으로 주목받는 실리콘 커패시터를 설계하는 엘스페스에 ALD 장비를 납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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