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들리는 K산업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반도체·의약품에 대한 관세가 25%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현안 답변에 거리낌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언론을 만날 때마다 질문을 받으면 새로운 사실을 하나씩 '업데이트'해주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하루는 날짜, 하루는 세율을 거론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업데이트'가 세계 각국을 상대로 압박 강도를 점점 높이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통상 정책을 총괄할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도 연방 상원에서 가결 처리됐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우선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업데이트'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이 25% 수준이 될 것이고, 반도체·의약품에 대해서는 25%를 부과하되 1년여에 걸쳐 순차적으로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그가 해외 기업들에 투자 기회를 준다는 차원에서 "들어올 시간을 주고 싶다"며 "미국에 와서 공장을 세우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언급한 것은 관심을 끄는 지점이다.
당장의 관세 부과가 공급망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실제 시행 시점을 조율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처음으로 '품목별 관세'를 도입한다면서 언급했던 석유·가스에 대한 관세 부과 소식도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당시 언급했던 6개 품목 가운데 반도체·의약품·철강·알루미늄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 계획을 하나씩 공개하고 있지만, 유독 소비자물가에 민감한 석유·가스는 아직 거론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밝히며 자신의 '대표 공약'이었던 '보편적 관세'를 대신할 것이라고 시사한 것도 관세의 역효과를 감안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상호관세는 무역 상대국이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뿐만이 아니라 부가가치세 등 세금과 보조금, 환율, 불공정 관행 등 비관세 조치를 폭넓게 검토해 결정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관세 종합세트'는 4월 2일에 베일을 벗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자동차 관세를 4월 2일에 발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4월 1일이 만우절이라는 점에서 목표일을 하루 늦췄다고 설명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계획된 일정일 가능성이 크다.
그가 취임 당일인 지난달 20일 서명한 '미국 우선 무역정책' 각서에는 각 부처가 불공정 무역 관행과 무역 불균형 실태 등을 조사한 뒤 대통령에게 4월 1일까지 보고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결정을 발표할 때 러트닉 장관이 국가별 검토를 마치겠다고 밝혔던 시점도 동일하다.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하루의 시간을 두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트럼프 관세전쟁'의 첫 포문을 열었던 지난 4일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이후 다음 '디데이'는 다음달 4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5일 합성마약 펜타닐과 불법이민자 유입을 명분으로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중국에 대한 10%포인트 추가 관세 부과를 선언했고, 이달 1일 이들 국가에 대한 관세를 4일부터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행 전날인 3일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했다.
다음달 4일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가 실행될지, 유예될지가 결정되는 셈이다.
지난 10일 발표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 조치의 시행일은 다음달 12일이다.
이는 한국은 물론 일본, 유럽연합(EU), 영국 등 주요 동맹국들에 적용돼 파급이 상당할 전망이다.
시행 시점을 다음달 12일로 결정한 것은 한 달여 기한을 두고 협상의 여지를 남기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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