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 출처 = AP, 연합뉴스] |
미국과 러시아가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종전 협상에 착수한 것을 두고 우크라이나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18일(현지시간) 가디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된 미·러 회담에 대해 “푸틴이 전면전을 시작할 때 설정했던 최후통첩을 미국이 논의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방법에 관한 결정은 우크라이나 없이 내려질 수 없으며 어떤 조건도 강요될 수 없다”면서 자국이 배제된 회담 결과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가장 어려운 순간에도 (러시아의) 최후통첩을 거부했는데 지금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러시아에 뺏긴 동부와 남부 영토에 대해서는 외교적 수단을 통한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며 “그들은 우크라이나인이 될 것이고, 타협은 있을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에서 배제된 데 항의하는 차원에서 당초 19일로 예정됐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도 하루 전 연기했다.
그는 사우디에서 미국 당국자들을 만날 계획이었으나, “우연을 원하지는 않기 때문에 사우디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의 한 아파트에서 우크라이나 경찰관이 무인기 공격이 있는지 관찰하는 모습. [사진 출처 = 로이터, 연합뉴스] |
NYT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 같은 거친 반응은 그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를 사기 위해 노력해왔던 모습에서 크게 변화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피하는 대신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가치를 부각하려 노력해왔는데, 자국이 배제된 미·러 회담이 성사되자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7일 독일 ARD 방송 인터뷰에서도 미국이 푸틴이 좋아하는 말만 하면서 신속한 휴전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없는 휴전은 우크라이나를 제2의 아프가니스탄으로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략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평화 회담을 모색해왔으나, 가디언은 지금까지 진행된 미·러 협상 내용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미국과 종전 협상을 진행하는 중에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한 공습을 이어갔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로 발사한 176대의 드론이 협상의 실제적인 입장을 대변한다며 미·러 회담은 러시아의 최후통첩을 위한 장일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