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최 모씨는 주말이면 지인을 집에 초대하는 걸 즐긴다.
일주일에 두 번씩 청소대행 서비스를 이용해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최씨 원룸은 아지트가 됐다.
최씨는 "야근이 잦아 청소할 엄두도 못 냈는데 대행 서비스를 활용하니 삶의 질이 정말 높아졌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소재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 김 모씨도 시험기간에는 빨래·청소대행 서비스를 이용한다.
8평(약 26㎡)짜리 원룸의 청소대행 가격은 2시간에 3만원 수준이다.
김씨는 "소중한 시간을 청소하는 데 쓰느니 적은 비용으로 시간을 절약해 공부에 투자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청소, 빨래, 가전제품 설치, 집 수리 같은 간단한 집안일을 대신해주는 생활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 고객은 젊은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다.
이들은 편리함과 프리미엄의 합성어인 '편리미엄'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는 서비스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13일 홈서비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비대면 세탁 서비스 1위 업체인 런드리고 고객 중 1인 가구 비중은 42%에 달한다.
런드리고 관계자는 "특히 원룸에 사는 1인 가구에서 집안일을 대행업체에 맡기는 게 가성비가 좋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한 달 평균 3회 이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1인 가구가 38.5%나 된다"고 말했다.
30대 맞벌이 권 모씨는 "부모님 세대는 가사에 돈을 쓴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MZ세대 생각은 다르다"며 "예를 들어 세탁기를 돌리고 건조기로 말리는 데 최소 3시간이 소요되는데 이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취미인 러닝을 즐긴다"고 말했다.
청소 서비스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청소연구소는 원룸 고객이 늘자 8평 이하 원룸을 2시간 동안 청소해주면서 가격을 3만9000원으로 낮춘 서비스를 지난해 4월 출시했는데, 고객이 매월 15%씩 늘어 7개월 만에 14만명을 돌파했다.
청소연구소 관계자는 "돈을 지불하고 시간을 아끼자는 '시(時)성비'를 따지는 MZ세대 소비 트렌드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프리랜서 연결 플랫폼 크몽도 이사와 청소 같은 홈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크몽은 이사 주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1인 가구의 이사, 이사청소, 가전제품 청소·설치 수요가 많다고 보고 전문가층을 늘리고 있다.
홈서비스를 통해 단골 고객을 확보한 플랫폼 스타트업이 렌탈 사업까지 진출한 사례도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가사도우미 중개 플랫폼 미소는 이사할 때 인터넷이나 렌탈 업체를 바꾸는 사례가 많다는 것에 착안해 인터넷 가입과 정수기 등 가전 렌탈 서비스를 제공한다.
생활 폐기물을 대신 수거하는 서비스 앱인 '오늘수거'는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이용자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소비자가 음식물 용기를 내놓기만 하면 용기를 씻고 분리해 폐기하는 과정을 대행해준다.
특히 30대 여성 1인 가구에서 재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수거는 서울에서만 운영하다가 최근 서비스 지역을 경기 하남·광명·부천 등 수도권으로 확대했다.
홈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생활 서비스 이용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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