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 드리워진 먹구름···‘트럼프 관세’가 일으킬 자산시장 거품 붕괴 [기자24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는 ‘관세(tariff)’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한다.

그런데 역사는 똑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운율로 되풀이된다.


90여 년 전 미국은 이 아름다운 단어를 잘못 쓰는 바람에 세계 경제를 위험에 빠뜨렸다.

1930년 제정된 ‘스무트 홀리 관세법’이다.

1929년 대공황이 터지자 미국은 자국 산업과 일자리 보호를 위해 이 법을 제정해 2만여 개 수입품에 평균 59%의 살인적 관세를 매겼다.

이에 반발한 다른 나라의 보호무역 조치가 잇달았고 이는 대공황의 충격을 더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경제학자들은 1930년의 기형적 관세법이 태동한 배경에 ‘이웃을 거지로 만들기(beggar thy neighbour)’라는 정치인들의 제로섬 사고가 깔려 있었다고 지적한다.

이 용어는 상대방이 쥔 카드를 모두 빼앗을 때 게임이 종료되는 카드놀이에서 유래한다.


새해 들어 경제 석학들이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대해 던지는 메시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거품 붕괴’ 위험성이다.


지난 2년간 나 홀로 독주한 미국 경제의 확장 후방 국면에서 트럼프 2기의 각종 부양 정책은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행보를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요동치고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되면 주식과 가상화폐 등 자산시장 거품이 터질 것이라는 염려다.


역사는 비슷한 운률을 보여준다.

불과 17년 전에도 멀쩡한 것으로 보였던 미국 경제는 리먼 브러더스라는 한 회사의 파산이 불씨가 돼 세계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고 갔다.

2008~2009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 직전 미국 경제는 지금처럼 경기 호황 국면이었다.


이웃을 거지화하는 관세전쟁은 1월 20일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실존의 문제가 된다.

관세 인상의 범위와 속도에 따라 주요 경제권에 재앙적 상황을 일으킬 수 있다.


그나마 미국의 대중 견제로 탈동조화하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의 개발도상국)는 경제적 충격이 덜할 것이다.


문제는 ‘진짜 이웃’인 유럽과 아시아의 일본, 그리고 한국이 봉변을 당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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