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구리 품목에 ‘50%’ 미친 관세 왜?···美방산·AI 데이터센터 ‘초크포인트’ [★★글로벌]

5년 뒤 글로벌 구리 부족 가능성
방산·AI·에너지 초크포인트 부상
블랙웰 GPU에만 구리선 3.2km
중국, 구리 중간재 세계 공급 패권
美 관세 적용품목 확대 땐 韓 피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미국으로 수입되는 구리 제품에 대해 50%에 이르는 품목 관세를 발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시간으로 9일 밤 최종 관세율이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데 세율과 적용 품목 확대 여부에 따라 한국 기업에 피해가 예상됩니다.


트럼프는 취임 초 관련 대통령 행정명령을 발동하며 관세 부과 근거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했습니다.

얼마 전 미국 하급심 법원에서 무효로 판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의 대통령 권력 남용 조항이 아니어서 실제 관세율이 확정되면 분명히 글로벌 산업계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희토류에 이어 트럼프는 왜 구리에 이렇게 강력한 빗장을 걸어 잠그려 하고 있을까요.
구리는 현재 미국 정부가 중요 광물(내무부 관할·3년 마다 업데이트)로 지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번 신규 품목 관세 결정과 더불어 중요 광물로 신규 지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구리는 지난 2022년 기준 미국에서 180만 톤(t)이 쓰였는데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구리 소비국입니다.

반면 광활한 북미 대륙 내 구리 제련소는 3곳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초당적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미국이 머지 않아 구리 부족 사태로 위기를 맞게 된다고 예고했습니다.

지금은 풍족해 보이는 구리가 국가 안보와 첨단 산업, 그리고 에너지 안보에서 쓰임새가 확대되면서 전략적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도 현재 건설 중인 구리 광산 프로젝트를 고려할 때 2030년까지 구리 수요의 80%밖에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구리는 남미 광산을 거점으로 채굴돼 제련 및 정제, 제조, 완제품 제조 단계로 이어집니다.

이 중간 단계 공급망을 중국이 압도적으로 움켜쥐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중국의 글로벌 정제 점유율은 48%, 구리 반제품 생산 점유율은 70% 내외로 추정됩니다.


트럼프 구리 품목 관세 발언에 급등한 구리 가격
구리는 기간산업과 청정에너지 기술부터 방산, 전자제품,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현대 산업을 구성하는 필수 소재입니다.

무기 제작 과정에서는 무게를 기준으로 두 번째로 많이 쓰이는 소재로 꼽힙니다.


구리는 순수 형태 이외에도 다양한 합금의 주요 구성 요소입니다.

부식을 막는 탁월한 내식성 때문에 항공기와 탱크, 해군 선박, 군용 차량 생산에 중요한 재료로 활용됩니다.


베릴륨 구리 합금의 경우 강철을 능가하는 강정을 자랑하며 전투기의 속도와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합니다.

바닷물로 인해 부식에 추약한 해군 선박의 효율성과 수명 연장에 구리가 들어간 큐프로니켈 합금이 필수입니다.


미 에너지부 발표에 따르면 구리는 1메가와트(㎿)의 태양광 발전 구축에 5t 이상이 쓰입니다.

전기차용 배터리 제작 과정에서도 1대당 39~83㎏이 필요합니다.


다른 첨단 산업에서도 구리선은 전기 그리드, 집적 회로, 통신 시스템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의 등장으로 구리의 몸값이 높아졌습니다.


CSIS는 AI를 가동하는 데이터센터 부문 구리 수요가 2025~2028년 사이 연간 최대 20만t에 이른다며 2030년에는 연간 260만t의 구리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인 블랙웰 B200 GPU에는 3.2km가 넘는 5000개 이상의 구리 케이블이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없으면 아쉬운 제품이 아니라 첨단 산업의 작동을 멈추게 하는 초크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구리 제품에 50%의 신규 품목 관세가 확정되면 추가로 지켜봐야 할 대목이 관련 부속서입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이 미친 관세율이 적용되는 품목이 부속서에서 규정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트럼프 철강 관세에서 알 수 있듯이 부속서를 통해 엿가락 휘듯 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전후방 산업에 광범위한 충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 상무부는 지난달 연방 관보에서 50% 철강 관세의 부과 대상이 되는 철강 파생제품 명단에 가전제품 9개 품목(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냉동고, 조리용 스토브·레인지·오븐,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을 추가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구리 관련 국가안보 영향을 평가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산 구리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고 오히려 안정적 공급망으로 기여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산 구리는 2024년 기준 미국 전체 구리 수입의 약 3%인 5억 7000만 달러 규모입니다.


정부는 한국산 구리 수출품이 구리 와이어, 봉, 튜브 등으로 이는 건설, 상하수도, 전력 인프라 등 일반산업에 사용되며 국방 부문과는 거의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특히 특히 구리 케이블 등 파생제품으로 관세율이 확대되면 미국의 전력 인프라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도 별도 의견서를 내고 미국이 역내 구리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것만큼이나 신뢰할 수 있는 해외 공급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미국에 중요하다며 우호적 조치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국내 제조사 중 LS전선이 8억 달러를 들여 최근 미 버지니아주(체서피크)에 해저 고압직류(HVDC) 케이블 제조시설을 짓고 있습니다.


풍산은 1992년부터 아이오와주에서 매년 5만t 이상의 압연구리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미지=LS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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