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한진그룹과 호반그룹 간 지분 경쟁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호반그룹이 지속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며 조원태 회장 측과의 격차를 1%포인트 남짓으로 좁힌 건데요.
겉으로는 '단순 투자'라고 밝히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경영권 참여 가능성까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 보도국 이유진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이 기자, 어서 오세요.


【 기자 】
네, 안녕하세요.


【 앵커멘트 】
호반그룹의 지분 매입이 계속해서 이뤄졌다고 하던데, 실제로 격차가 많이 좁혀진 건가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호반그룹은 작년부터 계열사인 호반건설, 호반호텔앤리조트, 호반을 통해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매수했습니다.

그 결과 올해 5월 기준 전체 지분율은 18.46%까지 올라갔고,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19.96%로 두 그룹 간 지분 격차는 약 1.5%포인트에 불과합니다.

특히 이 세 회사는 모두 김대헌 호반 사장이 실질 지배하고 있고, 김 사장은 창업주 김상열 회장의 장남이자 후계자입니다.

호반 측은 '단순 투자'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단순한 수익 목적 이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호반 측은 올해 들어 한진칼 매입 속도를 높이며 거래의 규모를 키우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전문가 의견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대종 /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 "호반건설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기존의 부동산 다음에 건설업 그리고 광화문에도 진출을 했고…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항공도 앞으로 성장 산업이고 가장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지분으로 가진 것뿐만이 아니라 경영 참여의 목적도 있다…."

호반그룹의 현금성 자산도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호반건설과 호반산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각각 9천711억 원, 4천751억 원으로 알려졌습니다.


【 앵커멘트 】
지금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은 어떤 대응을 하고 있습니까?


【 기자 】
조 회장 측도 이 같은 움직임에 대비해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방어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진그룹은 최근 LS그룹과의 교환사채(EB) 거래를 통해 우군 확보에 나섰습니다.

대한항공은 LS가 발행한 65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인수했으며, 향후 LS 지분을 보유하게 될 수 있어 양사 간 지분 연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번 거래는 상속세 부담 등으로 추가 지분 확보 여력이 부족한 조원태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백기사를 확보한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LS와 호반그룹 간에는 전선업계 경쟁과 소송전이 얽혀 있어, LS가 호반의 한진칼 경영권 참여를 견제할 유인도 충분한 상황입니다.

한진칼은 또 최근 자사주 44만44주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하며 의결권을 되살렸습니다.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의결권이 없지만, 복지기금에 귀속되면 의결권이 부활합니다.

이 경우 0.65%의 우호 지분이 추가로 확보되며, 양측의 지분 격차는 다시 2.28%포인트로 벌어지게 됩니다.

이는 조 회장 측이 산은 외에도 자사 지배구조 내에서 활용 가능한 우군 자산을 최대한 끌어모으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 앵커멘트 】
호반은 '단순 투자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업계는 왜 이렇게 경계하는 걸까요?


【 기자 】
그 배경엔 호반그룹의 과거 행보가 있습니다.

2015년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했고, 2022년에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에서 철수할 때 그 지분을 전량 인수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간접 개입한 전례가 있습니다.

또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선 한진 측이 제안한 이사 보수한도 증액 안건에 호반이 공개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투자자가 아닌 경영권 참여 목적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무엇보다 과거 반도건설 역시 처음엔 단순 투자 명분을 내세웠지만, 나중에 경영 참여로 보유 목적을 바꾸며 이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한 전례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호반건설이 KCGI 사례처럼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하지만 현재 이사 정원이 모두 찬 상태이기 때문에, 정관 변경이나 임기 만료 시점에 맞춘 추천이 필요합니다.

현재 정관 변경 없이 이사회 진입은 어렵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는 임기 만료 시점에 맞춘 진입 전략이 더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 앵커멘트 】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이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실제로 그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 기자 】
산업은행 지분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경영권 방어선의 핵심으로 평가됩니다.

산업은행은 한진칼 지분 10.36%를 보유하고 있으며, 조원태 회장 측과의 공동보유 계약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당장 매각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입니다.

NH투자증권 또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분 경쟁 가능성은 과장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조 회장 측과 특수관계인(20.79%), 델타항공(14.9%), 산업은행(10.36%), 네이버·GS·한일시멘트 등 우호 지분을 합치면 50.12%에 달하기 때문에 현 구도에서는 충분히 방어 가능한 구조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정부 산하 투자기관으로서 언젠가는 투자 회수를 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주가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과 배당 수익 등도 산은의 지분 매각 유인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향후 대선 이후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산은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힙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산업은행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현재 경영권 구도가흔들릴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현재 경영권 위협이 크지 않지만, 산업은행의 보유 지분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습니다.

호반그룹이 급하게 움직이지 않는 만큼 이번 지분 경쟁은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 앵커멘트 】
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이유진 기자 / lee.youjin@mktv.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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