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서도 서울 강남과 용산, 성수, 마포, 여의도, 목동 아파트가 여전히 뜨거운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는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서울 도심권을 중심으로 업무용 빌딩 거래량과 가격이 상승하면서 부동산 투자 기류가 바뀌고 있다.
기류 변화는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여전히 강남 아파트일까 아니면 꼬마빌딩을 대체 투자처로 접근해도 될까' 고민하는 투자자가 많아졌다.
이는 지난 3월 24일 강남권과 용산 지역 아파트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후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부자들에게서 쏟아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필자의 답은 간명하다.
지난 35년간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으로 볼 때 주거용 부동산의 대표 주자인 아파트가 오르면 하위 대체재인 연립, 다세대 빌라, 다가구, 단독주택이 잇따라 오르고 결국 오피스텔과 오피스 빌딩 그리고 상가, 토지도 상승한다는 시장 작동 원리를 강조한다.
현재 갑작스러운 대선 정국을 맞아 최근 1년 내 신고가를 연일 경신하면서 상당한 거품이 쌓인 것으로 추정되는 강남권 소럭셔리, 하이라이징, 하이엔드 주택보다는 바닥권 탈출 조짐이 보이는 꼬마빌딩을 권한다.
가격대는 30억~150억원 사이로 연면적은 3300㎡ 이내의 1·2종 근생시설, 소형 빌딩, 상가건물, 다가구주택으로 향후 부동산 경기가 좋아질 경우 투자 매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1분기 상업용 부동산 시장 흐름은 어떠할까.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7조533억원으로 일단 회복세가 뚜렷하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투자 규모는 대형 오피스 선매입 완료와 물류 자산 거래 증가로 7조원을 돌파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호전된 상태다.
매입 지역은 광화문과 강남, 여의도, 마곡, 성수, 마포지구로 매수 주체는 해외 펀드, 자산운용사, 대기업 등이다.
도심권역의 남산스퀘어, 크리스탈스퀘어, 정안빌딩과 강남파이낸스플라자의 매매 사례가 대표적이다.
물류·리테일 거래도 재개됐다.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해외 자본의 적극적인 참여로 인천 S&K복합물류센터(약 2450억원), 인천 항동 드림물류센터(약 2300억원) 등이 거래됐다.
서울 A급 오피스 시장 공실률은 평균 2.6%(보합세)로 강남권역은 쿠팡, 토스 인컴, 비바리퍼블리카 등 정보기술(IT) 및 금융권 수요로 2.1%, 여의도권역은 파크원 입주로 3% 각각 감소했다.
월평균 임대료는 1.5% 오른 1㎡당 3만8709원으로 완만한 상승세다.
한마디로 1분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오피스 선매입과 물류 자산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 유입에 따라 시장 흐름이 개선되고 특히 외국계 투자자 중심의 밸류애드 투자와 코어플러스 펀드, 사옥용 투자 수요 증가는 눈에 띈다.
한편 이지스자산운용과 마스턴투자운용, 코람코자산운용은 최근 상업용 부동산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 시장이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오피스 부문에서 과거 평균보다는 낮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요 회복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주택 구입 가격 상승과 고령화 속도, 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상업용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는 얘기다.
즉 한국 부동산은 회복력이 강하고 일본에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2위로 임대주택과 함께 핵심 자산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꼬마빌딩 투자의 '최상위 티어(Exceptional)'로 평가되는 최고 유망 지역과 핵심 입지는 어디일까.
한국보다 10년 정도 앞선 도시인 일본 부동산 시장과 도쿄의 도시 개발 사례를 통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오피스 임대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쿄의 기존 빌딩(준공 1년 이상) 임대료 지수는 165.81(1985년 2월 100 기준)로 전년 동기 대비 9.57포인트(6%) 상승했다.
특히 도쿄 도심 5구(지요다·주오·미나토·신주쿠·시부야)의 오피스 공실률은 3월 기준 3.86%로 적정 공실률 지표인 5%를 밑돌고 있다.
공급 대비 수요가 많다는 신호로 이는 한국에 던지는 시사점도 크다.
신축 빌딩 공급이 늦어지고 있는 데다 자재비·인건비, 공사비 급등으로 신축 공사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 컨설팅, IT 같은 고수익 업체와 소매·의류 등 다양한 업종에서 신축 대형 오피스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이런 현상을 한국 시장에 대입하고 미래 시장을 예측하자면 신축 대형 오피스→중소형 구축 오피스→꼬마빌딩 순으로 경기 회복이 점쳐진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의 투자 유망 지역으로 서울 2040 도시기본계획에 따라 미래 성장거점 지역을 유추해볼 수도 있다.
지난 20년간 뉴욕, 런던, 파리, 도쿄처럼 수도 서울의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 중으로 3대 중심지인 서울 도심권(국제문화교류 중심지), 여의도·영등포권(국제금융 중심지), 강남권(국제업무 중심지)을 비롯해 3도심, 7광역중심(용산, 청량리·왕십리, 창동상계, 상암수색, 마곡, 가산대림, 잠실)과 12지역 중심, 53개 지구 중심을 꼽을 수 있겠다.
서울시가 올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4월 30일 결정·공시한 86만1300필지에 대한 개별공시지가 결과도 투자 포인트가 된다.
서울시 공시지가 상승률은 4.02%로 지난해 1.33% 상승에 이어 2년 연속 25개 자치구 공시지가가 모두 올랐다.
강남구(5.47%) 용산구(5.21%) 성동구(4.82%) 서초구(4.81%) 송파구(4.05%) 순으로 가장 비싼 공시지가는 중구 충무로1가 24-2의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이다.
1㎡당 1억8050만원(3.3㎡당 5억9565만원)으로 22년 연속 최고 지가를 찍었다.
공시지가 추이를 꼼꼼히 살펴보면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 투자 지역을 어떻게 선정할지 힌트가 될 수 있다.
땅값이 유독 비싸고 지속적으로 오른다는 것은 해당 지역의 상권이 발달하는 소위 '성장지역'으로 '땅값이 오르면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원리에 부합한다.
두 번째로 비싼 토지로 알려진 강남역 사거리를 포함한 강남권과 여의도·영등포권, 7개 광역중심지가 탐나는 투자처로 꼽힌다.
예컨대 투자지역의 경우 A급 프라임 오피스가 가장 먼저 움직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세컨더리 오피스로 이전된다는 확산 법칙도 간과해선 안 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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