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전격 은퇴는 ‘이것’ 때문…“어느 순간 사람 이름이 떠오르질 않았다”

워런 버핏, WSJ 인터뷰에서 밝혀
“나이들기 시작하자 되돌릴 수 없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94)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초 전격 은퇴를 선언한 배경은 나이를 실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버핏 회장은 14일(현지시간)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나는 90세가 될 때까지는 뭔가 이상한 이유로 나이가 들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나이가 들기 시작하자 정말로 되돌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일 버크셔해서웨이 제60회 주주총회에서 깜짝 은퇴를 발표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버핏 회장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균형을 잃거나 사람들의 이름을 떠올리는 데 애를 먹고, 신문의 글자가 흐릿해지는 등의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계자인 그렉 아벨 버크셔 비(非)보험 부문 부회장의 업무 수행 속도가 자신을 앞서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버핏 회장은 자신과 아벨 부회장 사이에 에너지 수준의 차이가 있었다면서 “그가 하루에 10시간 동안 해내는 일의 양을 내가 같은 시간 동안 해낼 수 있는 양과 비교했을 때, 그 차이는 점점 더 극적으로 벌어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일을 처리하고, 경영에 변화가 필요할 때 변화를 만들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는 등 모든 면에서 훨씬 더 효율적이었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그렉을 그 자리에 앉히지 않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었다”면서 “버크셔가 그렉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좋다”고 강조했다.

그간 월가에서는 버핏 회장이 사망할 때까지 평생 버크셔의 CEO로 남을 것이라고 예상해왔던 것과 달리, 버핏 회장 자신은 평생 CEO를 할 생각은 아니었다고도 했다.

그는 “내가 CEO 일을 하는 데에 있어 다른 누구보다 더 쓸모가 있다고 생각되는 한 CEO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 기간이 이렇게 길어진 것은 나에게 놀라웠다”고 말했다.

60년간 버크셔를 이끌어 온 버핏 회장은 내년 1월 1일자로 에이블 부회장에게 CEO 자리를 넘겨주고 자리에서 물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