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1타 잃고 로즈와 연장
18번홀 1.2m 버디 넣고 우승
그린에 엎드려 눈물 쏟아내
역대 6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
마스터스서 대업 완성은 두번째
임성재 공동 5위로 대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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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매킬로이가 14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연장전에서 버디퍼트를 성공시킨 뒤 그린에 주저앉아 포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14일(한국시간) 제 8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4라운드 경기가 열린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마지막 72번째 홀. 파만 잡아도 우승이다.
일단 시작은 좋았다.
드라이버샷이 317야드나 날아가 페어웨이에 떨어졌다.
핀까지 남은 거리는 124야드. 하지만 매킬로이가 친 볼은 오른쪽 벙커로 빠졌다.
순간 그린을 가득 메운 관중의 탄식 소리가 오거스타 내셔널GC를 가득 메울 정도로 크게 울렸다.
이후 파퍼트마저 실패한 매킬로이는 ‘베테랑’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연장 승부로 돌입했다.
숨막히는 단판 승부. 일단 티샷은 두 선수 모두 페어웨이에 떨궈놨다.
로즈는 279야드를 날려 핀까지 156야드를 남겼고, 매킬로이는 직전에 쳤던 것과 똑같이 314야드를 치고 핀까지 125야드가 남았다.
두번째 샷도 팽팽했다.
로즈의 샷은 핀을 스치듯 지나 4.5m 지점에 멈춰섰다.
이후 매킬로이가 날린 회심의 웨지샷은 홀과 로즈의 볼 사이에 정확히 멈췄다.
남은 거리는 딱 1.2m다.
그리고 로즈가 파에 그친 사이 신중하게 버디를 성공시키며 길고 긴 오거스타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무려 17번의 도전만에 우승한 매킬로이, 또 2014년 이후 그랜드슬램을 위해 마스터스 우승을 노린건 이번이 11번째였다.
역전과 재역전, 그리고 연장전까지 이어진 숨막힌 최종라운드. 매킬로이는 홀 속으로 공이 사라진 순간 무릎을 꿇고 머리를 감싸 쥔 채 울먹였다.
이후 수많은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걸어 나오는 내내 감격에 겨워 힘겹게 눈물을 참는 모습이 내내 비쳤다.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고, 수많은 좌절을 경험해야 했다.
그렇게 얻어낸 우승은 그 어떤 것과 바꿀 수 없었다.
2011년 US오픈과 2012년 PGA 챔피언십, 2014년 디오픈과 PGA 챔피언십에서 거침없는 우승 행진을 펼친 매킬로이. 하지만 거기서 무려 10년간 멈췄다.
그리고 성숙함을 갖춘 마스터스 도전 17번째, 2015년부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로 우승을 노린 11번째 도전 만에 마침내 그린 재킷은 매킬로이에게 입혀졌다.
이로써 매킬로이는 진 사라센, 벤 호건, 개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에 이어 6번째로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성공했다.
이 중 ‘명인 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대업을 완성한 선수는 1935년 진 사라센 이후 매킬로이가 처음이다.
매킬로이는 마음 속 응어리진 2011년 마스터스 4타차 역전패의 악몽과 지난해 US오픈에서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에 당했던 아픔도 한번에 날린 듯 보였다.
혹독한 ‘마스터스 징크스’도 뛰어 넘은 극적인 우승이다.
매킬로이는 이날 1번홀(파4) 티샷이 벙커에 빠졌고 통한의 3퍼트까지 범했다.
더블보기. 순식간에 파를 잡은 디섐보와 동타를 이뤘고 불안한 기운이 감지됐다.
마스터스 역사상 1번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한 뒤 우승을 한 경우는 1990년 닉 팔도 단 한명 뿐이었다.
또 3개 이상의 더블보기를 범하고 우승을 차지한 것도 1982년 크레이그 스태들러 한명 밖에 없었다.
매킬로이는 이날 1번홀에서 더블보기로 출발했고, 1라운드와 이날 각각 2개씩 더블보기를 했지만 그린 재킷을 입었다.
그야말로 어떤 저주도 그의 집념을 막을 수는 없었다.
2018 챔피언 패트릭 리드(미국)이 3위, 2022년과 2024년 우승한 스코티 셰플러(미국)은 2년 연속 우승을 노렸지만 합계 8언더파 280타로 단독 4위로 끝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한국 에이스 임성재는 이날 이글을 포함해 3타를 줄이며 합계 7언더파 281타로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펼친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과 함게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오거스타 조
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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