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방은행에서도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대한 대출에 집중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들도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대출을 늘리는 등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상황에서 지방은행까지 대기업 대출을 우선하면서 지방 중소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24일 각 사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지방은행(BNK부산·경남·전북·광주은행)의 연간 대기업 대출 규모는 8조7734억원으로 전년(6조4194억원)보다 37% 늘었다.
반면 지방은행들이 집중하던 중소기업 대출은 2023년 81조5179억원에서 지난해 82조8135억원으로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절대 규모 면에서 중기 대출이 훨씬 큰 지방은행에서 대기업 대출의 연간 증가 규모가 더 큰 것을 두고 금융업계에서도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대기업 대출 증가율은 광주은행이 62.2%로 가장 높았고 전북은행 62%, 부산은행 36.4%, 경남은행 19.1% 순으로 뒤를 이었다.
중기 대출은 경남은행만 1.0% 증가했고 광주·전북·부산은행은 각각 1.4%, 0.9%, 0.6% 감소했다.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지방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미상환 가능성이 낮은 대기업 대출에 집중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올해 경기 전망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라서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는 더욱 좁아질 것이란 염려가 나온다.
이는 시중은행도 비슷하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지난해 대기업 대출을 연간 16.1% 늘리는 동안 중기 대출은 5% 늘렸다.
건전성 관리 압박을 강하게 받으면서 과거보다 기업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진행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발표한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62%로 전년 동기 0.48% 대비 0.14%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0.03%를 기록하며 1년 전 0.12%보다 0.09%포인트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세부적으로는 중소법인 대출 연체율이 0.64%로 2023년 말보다 0.16%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60%로 0.12%포인트 상승했다.
사실상 대기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자의 연체율이 악화된 셈이다.
부산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기업인은 "대출을 받기 위한 조건들이 까다로워지는 것은 대형 은행이든 지방은행이든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던 지방은행에서도 조달이 힘들어지면서 어려움을 느끼는 곳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가 이른 시일 내에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올해도 시중은행에 이어 지방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문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올해 경기 악화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 예전처럼 대출이 쉽게 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방은행의 안정적인 수익원이던 가계대출이 줄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 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대기업에 주목하는 것이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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