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년 로드맵 ‘경쟁력 나침반’ 발표
기업 관련 법 규정 일원화하고
AI기가팩토리로 디지털 인프라 구축
현 AI 활용률 13% 크게 끌어올리고
바이오 신약 등 미래 먹거리 개발 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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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사진 = 연합뉴스] |
인공지능(AI) 주도권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에 밀리고 있는 유럽연합(EU)이 신발끈을 다시 묶고 있다.
AI 산업을 키우기 위해 초대형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규제 문턱을 크게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쟁력 강화 5개년 로드맵 계획인 ‘경쟁력 나침반’을 발표했다.
첨단 기술과 서비스, 친환경 제조업 등을 지원해 최초로 대륙 차원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목표다.
이 계획은 작년 9월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작성한 ‘드라기 보고서’를 기반으로 마련됐다.
혁신 격차 해소, 탈탄소화, 공급망 안보 등 보고서에서 지적된 세 가지 영역이 중점 과제로 추진된다.
혁신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집행위는 올해 말께 대규모 AI 훈련이 가능한 ‘AI 기가팩토리’ 건설 이니셔티브에 착수할 예정이다.
앞서 집행위는 지난달 15억유로(약 2조1000억원)를 들여 유럽 전역에 7개 AI 기가팩토리를 구축하기로 승인한 바 있다.
AI 기가팩토리에 슈퍼컴퓨터와 프로그래밍 시설, AI 모델을 배치해 중소기업이나 학계 연구진이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AI 기가팩토리는 스타트업이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 필요한 시설과 데이터, 인력 등을 제공하며 연구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산업혁명 시기 국가가 대대적인 도로 정비를 통해 자동차 혁명을 추동한 것처럼 EU가 나서서 역내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육성하도록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를 깔아주겠다는 뜻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컴퓨팅 능력을 확보한 거점 AI 기가팩토리를 통해 유럽이 강점을 가진 바이오·신약 개발 등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힘쓰겠다는 야심이 이번 경쟁력 나침반 로드맵에 깔려 있다.
이와 함께 집행위는 ‘AI 어플라이’ 이니셔티브를 통해 역내 AI 전환도 가속할 방침이다.
집행위는 유럽투자은행과 협력해 혁신 기업들의 AI, 양자컴퓨팅 등 기술 도입을 촉진할 예정이다.
EU 집행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역내 기업 중 13.5%만이 AI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뀌어야 한다”며 “올해 AI 어플라이 이니셔티브를 발족해 핵심 산업 부문의 AI 도입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혁신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회원국 법령에 혼재된 규제들을 획기적으로 단순화한다.
집행위는 EU 회원국 27개국에서 각각 적용되는 법적 체제를 단순화해 하나의 체제를 제안한다는 뜻에서 ‘28번째 법적 체제’를 마련하고 기업법, 파산법, 노동법, 세법 등 기업 관련 규정을 일원화할 예정이다.
집행위는 에너지 집약 산업의 탈탄소화와 청정 기술의 생산을 지원하기 위한 입법 패키지인 ‘청정산업딜’을 준비하고 있으며 철강·금속·화학 등 청정 에너지 전환에 취약한 에너지 집약 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공급망 안보를 위해서는 공공조달 지침을 개정해 핵심 기술 부문의 공공조달 시 ‘유럽 우선권’을 도입한다.
유럽 내 공공조달에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중국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회원국 간 핵심 원자재 공동구매를 위한 EU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제3국과는 원자재, 청정 에너지, 지속가능한 운송 연료, 클린 테크 등의 공급망을 다각화하고자 ‘청정무역·투자 파트너십’을 체결할 예정이다.
집행위는 이번 로드맵을 통해 전례 없는 수준의 규제 간소화를 추진해 기업의 행정 부담을 25% 이상 축소하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35%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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