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지난해 4분기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금리 결정이 인하로 무게중심이 이동할지 주목된다.
미 상무부는 30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가 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 2.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2.6%)와 다우존스(2.5%)의 전망치를 모두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2.8% 성장해 전년(2.9%)보다 소폭 둔화했다.
그러나 주요국과 비교하면 매우 견고한 수준이다.
GDP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국 소비는 지난해 4분기 4.2% 성장하면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민간 투자가 5.6%, 수출이 0.8% 각각 감소한 것이 성장률을 예상보다 끌어내린 원인으로 분석됐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은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트럼프와 파월 간 신경전이 우려된다.
파월 의장은 앞서 29일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조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원하는 기준금리 인하는 당분간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FOMC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기준금리를 인하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의견을 묻자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코멘트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대중은 연준을 크게 신뢰한다.
우리는 묵묵히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래야 대중에게 이익이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몇 년 동안 항상 그렇게 (독립적으로) 행동했다"면서 "여러 연구를 보면 이것(독립성)이 중앙은행을 운영하는 최고의 방법임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확대됐음을 인정하고 이에 따라 통화정책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시점에서 불확실성이 고조됐다"면서 "이민·재정·규제·관세에 상당한 정책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런 정책들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뚜렷하게 제시되길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이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한 것은 트럼프가 통화정책에 개입하는 걸 공개적으로 반대해 앞으로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 홀로 길을 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인하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를 낮추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한두 번 좋게 나와야 하는 게 아니다"며 "지속해서 좋은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일러야 3개월 이후에나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3월 기준금리 인하는 완전히 물 건너갔고 5월에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작다는 게 시장 반응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 발언 이후 곧바로 연준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파월 의장과 연준은 자신들이 인플레이션으로 만든 문제를 멈추게 하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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