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휴전
“바이든 1년보다 낫다”
네타냐후, 트럼프에 선물
미완의 휴전안 ‘불씨’
시선은 우크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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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간 휴전 합의가 성사된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하마스에 가족이 인질로 잡힌 시민들이 횃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우리가 백악관에 입성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많은 것을 이뤘다.
내가 백악관에 복귀하면 일어날 모든 놀라운 일들을 상상해 보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합의 소식이 전해진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 중인데도 트럼프 당선인이 휴전을 당당하게 자신의 공로로 포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자신이 보낸 특사 효과가 나타난 덕분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협상을 중재한 아랍권 관계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특사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한 번 만난 것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1년 노력보다 낫다”고 말했다.
휴전 협상에 참여하기 위해 카타르 도하에 머물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평화 특사는 지난 11일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만났다.
당시 면담 분위기는 엄중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이 자리에서 위트코프 특사가 네타냐후 총리에게 휴전을 빨리 매듭지으라고 압박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계자는 네타냐후 총리의 대변인으로 여겨지는 매체 채널14에 “위트코프 특사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부터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했고, 분명한 거래의 결론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 이후 휴전 협상은 급물살을 타면서 휴전 합의에 이르렀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번 휴전 협상은 브렛 맥커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 등 조 바이든 정부 인사들이 지난 수개월간 노력했으나, 교착 상태를 해결하는 데는 트럼프 당선인 압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작년 11월 27일 헤즈볼라와 휴전 돌입에 들어간 이스라엘은 이로써 하마스와 휴전을 합의한 셈이다.
이스라엘 정부의 일련의 정책은 트럼프 당선인의 첫 번째 임기 당시 돈독한 관계를 보였던 네타냐후 총리가 차기 미국 권력자에게 외교정책 성과를 ‘선물’로 안겨준 것이라고 시사주간지 뉴리퍼블릭이 해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 합의 발표 후 지난 1년 내내 휴전을 위해 노력해 온 바이든 대통령이 보다 트럼프 당선인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감사를 표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하마스를 향해서도 압박을 가했다.
앞서 그는 “취임식 전까지 하마스가 가자 지구에 억류하고 있는 인질들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중동에서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고 거친 표현을 사용했다.
오는 19일 발효하는 양 측 휴전안은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3단계 휴전안에 바탕을 뒀다.
42일간 진행되는 1단계에서 하마스는 여성과 어린이, 50세 이상 남성 등으로 이뤄진 인질 33명을 석방한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 수감자 30명을, 여성 군인 1명당 수감자 50명을 맞교환한다.
휴전 다음 단계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도 이 기간에 진행된다.
휴전 발효 후 16일째 되는 날부터 남은 이스라엘 남성 군인 인질 석방과 영구 휴전,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 등의 의제를 포함하는 휴전 2단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휴전 3단계에 이르면 숨진 인질 시신을 포함한 모든 인질의 송환과 가자지구 재건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2단계부터는 얼개만 짜인 휴전안이라 언제든 무력 충돌이 재발할 수 있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휴전 1단계가 끝난 후에 군사 작전을 재개할 가능성을 남겼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때처럼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전략을 꺼내 든다면 중동 정세가 다시금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과 미국, 중동 국가 모두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통치해 온 하마스가 통제권을 되찾기를 원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도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가자지구와 관련해 자시만의 계획이 있는 것인지, 취임식 이후 가자지구의 미래에 대해 구상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또한 가자지구 전쟁을 치르는 동안 ‘저항의 축’을 이끌던 이란의 약점이 노출됐다.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리나 카티브 연구원은 선데이타임스에 “이스라엘의 정말 타격으로 조직의 취약성이 그대로 노출됐다”며 “이는 이란을 포함해 중동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폴리티코는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2기를 중동 재편을 시행할 일생일대의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국제사회는 또 다른 전쟁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향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대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군사적 우위를 보이고 있던 가자지구와 달리, 우크라이나 전선은 교착상태다.
당초 ‘24시간 내 종전’을 호언장담하던 트럼프 당선인도 종전 기간을 6개월 내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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