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전년 동기보다 5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TSMC가 발표한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전 분기보다 15.2% 증가한 3746억8000만대만달러(약 16조5646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LSEG가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을 분석해 제시한 예상치 3666억1000만대만달러(약 16조2114억원)를 웃도는 수치라고 CNBC는 보도했다.

블룸버그 전망치인 3698억대만달러(약 16조3563억원)도 넘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8684억6000만대만달러(약 38조412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8.8% 증가했고, 전 분기 대비로는 14.3% 늘었다.

이는 LSEG 추정치인 8500억8000만대만달러(약 37조5990억원)를 웃도는 수치다.


TSMC는 지난해 4분기 공정별 매출 비중이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26%, 5㎚ 34%, 7㎚ 14% 등으로 집계돼 선진 공정 비중이 74%에 이른다고 밝혔다.


TSMC 실적은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AI 첨단 반도체 수요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예상치를 웃돌았다고 AFP는 전했다.


TSMC 실적은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으로 첨단 AI 반도체가 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TSMC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의 반도체 사업을 대만이 훔쳐 갔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이 올해 TSMC의 전망을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고 CNBC는 분석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1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TSMC를 포함해 BIS가 승인한 반도체 조립·테스트 업체 24곳에 대해 중국에 14㎚나 16㎚ 이하 반도체를 수출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규제안을 발표했다.

종전 규제가 '7㎚ 이하'였던 것에 비해 강도가 더 세졌다.


TSMC는 올해 공격적인 설비투자(CAPEX)를 발표하면서 AI 하드웨어 수요에 긍정적인 신호를 줬다.

총 투자 규모는 380억~420억달러(55조~61조원)로 컨센서스였던 351억5000만달러를 훌쩍 웃돈다.

첨단 공정, 고급 패키징 기술 위주의 투자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텔과 삼성전자가 2025년 파운드리 설비투자를 축소한다는 점에서 TSMC의 시장지배력은 중장기적으로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까지 거의 매 분기 TSMC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만큼 지난해 4분기의 컨센서스를 소폭 상회한 실적은 반도체주 업종 전반의 주가를 움직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새로운 공정 도입으로 인한 비용 증가, 인플레이션, 해외 공장 등 영향으로 인한 마진 감소도 섹터 투자심리에는 부정적이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5.95% 상승한 21만원에 거래를 마감해 작년 7월 이후 처음으로 '21만닉스'에 복귀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 따른 국채금리 하락과 테크주 강세의 여파로 장 초반부터 이어진 상승세였다.

같은 '엔비디아 밸류체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한미반도체도 이날 1.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김제관 기자 /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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