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자산 규모 최대 공모펀드
자산가치 하락하며 빌딩 강제청산
투자자 불완전판매 가능성 제기
“최소한 구제조치도 없다” 분통
이지스자산운용이 독일 트리아논 오피스 빌딩 매입을 위해 조성한 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법무법인을 선임해 판매사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다.
투자자들은 지난 6월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며 큰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사적화해나 유동성지원 등 구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트리아논 펀드)에 투자한 50여명의 투자자들은 최근 법무법인 한별(담당 변호사 이성우)을 선임해 법적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2018년 트리아논 펀드를 총 3700억원 규모로 설정했으며, 공모펀드와 사모펀드로 절반씩 나눠 자금을 모집했다.
기관 위주로 모집했던 사모펀드와 달리 공모펀드는 개인 투자자 위주로 판매됐다.
당시 단일 자산에 투자하는 공모펀드 중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꼽혔다.
여기에 현지 금융기관(대주단)으로부터 약 5000억원을 빌려 트리아논 빌딩을 매입했다.
이후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한 데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감정평가액이 급감했다.
트리아논 빌딩의 60%를 차지했던 임차인 데카뱅크가 지난 2020년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게 컸다.
펀드 출시 당시 6억7500만유로(약 8700억원)였던 감정평가액은 작년 8월 4억5300만유로(약 6600억원)로 32.9%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께 열린 수익자 총회에서 펀드의 만기를 기존 2023년 10월에서 2년이 연장된 2025년 10월로 연기했다.
대주단과도 당초 만기일이던 지난해 11월 30일 한 차례 대출 유보 계약을 맺었고, 올해 2월 28일 만기일을 5월 31일로 연장하는 변경 계약을 추가로 맺었다.
그러나 지난 6월 대주단이 변경 계약 연장을 거부하면서 트리아논 펀드가 조달한 차입금과 관련해 EOD가 발생했다.
EOD가 발생하면 대주단은 만기 전에도 강제매각 등을 통해 자산을 처분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강제 청산절차가 진행 중이며 후순위인 펀드 투자자들은 투자원금의 약 80%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상태로 전해졌다.
투자자들은 판매 단계에서 투자 위험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했다며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불완전판매 소지가 드러날 경우 판매사가 손해를 배상해야 할 수 있다.
해당 펀드는 하나은행, 대신증권, 하나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10곳 이상의 은행과 증권사에서 판매됐다.
이성우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건물감정가액이 떨어지면 현재 은행보다 후순위에 있는 지분 투자자들은 투자금액 회수 가능성이 떨어지는데, 현재 은행 대출금보다 펀드 투자자의 투자금이 후순위라는 부분은 투자권유 단계에서 대부분 설명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간이 투자설명서에 기재된 내용만으로는 일반 투자자가 현지 차입금보다 후순위임을 인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또 이지스자산운용과 판매사 모두 유동성지원이나 사적화해 등 피해 구제를 하지 않고 서로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펀드 회수 절차가 불명확하더라도 회수가 늦어질 경우 이뤄지는 유동성 지원절차는 거치는 것이 통상적인데, 이를 진행하는 판매사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이른 시일 안에 사적화해 등 피해자 구제방안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판매사에 발송할 예정이다.
또한 금융분쟁조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판매사들은 불완전판매가 없었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판매단계에서 충분한 설명을 거쳐 절차적인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구제와 관련해선 피해자와 소통을 거쳐 향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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