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들 헝가리에 모였지만 이견
극우·친러 정상들 입김 세질 수도
무역분쟁 앞둔 EU “광란의 대화 준비 中
美에 협력하되 유럽 이익 위해 일어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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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
유럽연합(EU)이 트럼프 시대를 맞아 내부 분열을 겪고 있다.
7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제5회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가 열렸다.
EU 회원국(27개국)을 포함해 47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트럼프시대 준비에 나섰다.
AP통신은 “대서양 관계 변화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도 “트럼프 시대에선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짚었다.
문제는 EU 회원국 사이에서도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EPC 정상회의가 열린 헝가리는 친러·극우 성향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끌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는 서구 정치사상 가장 화려한 승리”라며 “세계평화에 대한 희망”이라 치켜세웠다.
AP는 “이미 EU 정치권에서는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은 강경 우파와 포퓰리즘 세력의 입지를 강화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로 유럽은 정치·경제적으로 취약한 순간을 맞았다”며 “유럽 분열이 심화할 것”이라 내다봤다.
유럽이 가장 먼저 맞닥뜨릴 문제는 방위비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원조를 중단하면 부담은 유럽에 돌아갈 것”이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방위비를 충분히 부담하고 있지 않다는 시각도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8년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유럽에서 방위비를 많이 내지 않는다는 불만을 표하며 미국이 나토를 탈퇴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았던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24년까지 나토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 4%까지는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무역 분쟁도 다시 넘어야 할 고비다.
FT는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무역적자 1850억유로(약 278조원)를 해소하려면 EU 수입품에 관세 20%를 포괄적으로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며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큰 독일·이탈리아·아일랜드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수백만개의 일자리와 수십억 유로의 통상·투자가 양자 관계 안정에 달렸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면서도 신속 대응 태스크포스를 세우며 대응 전략을 촘촘히 짜뒀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협력하되 유럽 이익을 위해 일어서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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